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 상속에 따라 내야 하는 상속세 ‘12조 원’은 국내외 사례를 아울러도 유례없는 금액이다. 이 전 회장의 전체 재산 20조 원 중 절반을 넘고, 지난해 우리 정부가 거둬들인 상속세 세입 규모와 비교하면 3~4배가량 많다.
선대인 창업주 이병철 회장 별세에 따른 상속세와 비교하면 ‘680배’가 뛰었다. 1988년 이건희 회장 등을 비롯한 상속인은 약 176억 원의 상속세를 냈다.
국내 주요기업들의 상속세와 비교해 봐도 적게는 수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 차이가 난다. 국내 주요기업 상속세 현황을 보면, 여태까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유족이 고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가 9215억 원으로 가장 컸다.
작년 별세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상속세액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주식 지분에 대한 세액과 자산을 합하면 4500억 원가량의 세금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2700억 원), 이우현 OCI 사장(2000억 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1840억 원),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1700억 원) 등 순이다.
상속세 중 11조 원은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주식에 대한 세금이다.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 평균액(18조9633억 원)에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를 차례로 적용해 매겨진 값이다. 여기에 토지 및 기타 자산에 대한 1조 원 안팎의 상속세가 더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선 일본(55%)에 이어 2위다. 그러나 기업승계 시 주식가치에 최대주주할증평가 20%를 적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고 이 회장의 삼성그룹 주식가치 추산액을 기준으로 직계비속 상속 상황을 가정한 결과, 한국의 상속세 실효세율이 58.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유족들이 상속세를 5년간 6회에 나눠내는 '연부연납' 방식을 택하면서, 이 기간에 수백억 원의 상속세 이자를 추가로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일가는 이달 30일 2조 원에 달하는 1차 상속 세분을 낸 뒤, 5년간 연 이자 1.2%를 붙여 나머지 금액을 나눠서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