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공모가를 밴드 최상단인 10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 50만 원(10주)을 준비해야 한다. 기관경쟁률에 이어 일반 청약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쟁률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6일 SKIET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8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공모가를 밴드 최상단인 10만500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IPO 수요예측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전체 주문규모는 약 2417조 원으로, 기존 역대 최고액이었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록(약 1047조 원)보다도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SKIET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모든 기관투자자들은 공모 희망가 범위 상단인 10만5000원을 넘어서는 가격을 제출했고,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는 의무보유 확약 비율도 63.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SKIET는 공모규모가 2조2459억 원으로 올해 IPO를 진행한 기업 중 가장 몸집이 크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7조4862억 원이고, 만약 ‘따상’에 성공한다면 시총은 19조4641억 원 수준으로 크게 늘어난다. SK바이오사이언스(11조7045억 원)보다 크고, SK이노베이션(25조2893억 원)보다 작다. SK IET는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부문을 떼서 물적분할로 설립한 회사다.
이제 시장의 기대는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일반투자자 청약에 쏠린다. 증권사들은 쏟아지는 공모주 청약에 대비해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강화하는 등 태세에 나서고 있고, 투자자들은 증권사별 유불리를 따지며 공모주 청약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투자자 청약 물량은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248만2768주로 가장 많고, 한국투자증권(171만8840주), SK증권(76만3928주), 삼성증권 NH투자증권(각 19만982주) 순으로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가장 물량이 많은 미래에셋증권과 지난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가장 낮은 경쟁률은 기록한 SK증권을 통해 청약에 도전하는 것을 유리하게 보고 있다.
지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대표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에 2억 원의 증거금을 넣었다면 10주를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에 같은 경쟁률이라면 대표주관사에 2억 원의 증거금을 넘으면 6주가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균등배정’만 누리는 투자자라면 최소 52만5000원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5개 증권사 모두 청약에 도전한다면 263만 원의 목돈을 마련해둬야 한다. 최소 청약수량은 10주인데 청약증거금은 50%만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52만5000원을 넣어서 1주만 청약에 성공하면 나머지 42만 원은 내달 3일 계좌로 돌아오게 된다.
청약에 참여하는 증권사들 역시 IT 인프라를 점검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실수가 없도록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는 많은 투자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느려지거나, 입금이 안 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증권사들은 공모주 청약 기간 동안은 ‘20영업일(업무일 기준) 이내 금융회사에서 입출금계좌를 개설한 적이 있으면 비대면계좌개설이 제한된다’는 조항을 일시적으로 해지했다. 하루에도 4개 증권사의 계좌를 모두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다만 SK증권은 ‘20영업일 제한’에 걸린다면 영업점에서 계좌를 개설하면 된다.
업계에서는 SKIET가 SK바이오사이언스를 넘어서는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주 청약에서 335.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당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에 성공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수익을 본 데다 이번 SKIET는 중복청약을 할 수 있는 ‘막차’가 될 수 있어서다. 공모가도 높아서 역대 최고 청약증거금이 몰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구주 매출이 60%에 달하는 점은 위험 요인이다. SKIET의 공모물량(2139만주)중 60%인 1283만4000주는 SK이노베이션이 내놓은 물량이다. 최근 배터리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점도 장기적으로 우려되는 점이다. 회사 측은 이번 공모자금을 폴란드소재 자회사인 SK하이테크배터리머티리얼즈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