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을 그리는 작가, 이정웅

입력 2008-12-29 14:59 수정 2008-12-2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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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의 그림은 지금 봐도 좋다. 정말 좋다. 동양화 혹은 한국화란 장르가 비록 우리에게 친숙하지는 않지만,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매끄럽고도 유려한 필치, 담백하고 정제된 구성은 보는 이에게 시대를 넘어선 감동을 전달한다.

#본문

서울옥션 이승환 팀장

‘취화선’이란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그의 삶 또한 매력적이다. 미술 및 인문학에 대해 제대로 교육 받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러한 약점은 그에게 있어서 자유로운 창작의 원동력이 되었다.

정신은 물론 삶까지 자유로운 예술가들을 일반인들이 동경하는 것은, 예술가들이 대리일탈의 만족을 선사하기 때문은 아닐지.

이러한 그의 삶과 작품은 때로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대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도 했던 것 같다. 특히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券氣)’에 대한 갈등은 그때나 지금이나 지속되고 있다.

뭐가 더 중요한 지는 결코 그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술이란 이성의 체계 하에 있는 학문이 아니라는 거다.

‘아름답다’ 라던가 ‘숭고하다’ 같은 규정할 수 없는 감성을 다루는 미술은 교육이나 훈련으로는 특정 경지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결국 천재의 영역일까? 미술은?

이 오원이 환생한 것 같은 작가가 바로 이정웅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할 때는 그렇다.

어느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표현력을 기반으로, ‘그린다’는 행위를 주제로 설정한 작품의 개념은 무척 신선한 충격을 제공한다. 그의 작품에는 직관이 대우 받는다. 직관이 행복하고 또 그 가치가 극대화되는 작업. 내가 이정웅과 오원을 같은 느낌으로 여기는 첫 번째 이유다.

또한 타협이 없는 작가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작품 세계는 결코 미술시장의 유행을 타지 않았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그의 작품이 부상했던 것은, 시장이 그의 작품을 찾았던 것이지, 그가 시장을 위해 작업을 한 결과가 아니었다.

조금만 각광을 받으면 곧바로 화랑의 전속작가가 되는 양상과는 달리, 그는 아직도 그 자체로 존재한다. 세계에 대한 직관, 창작자로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이러한 점이 오원의 환생을 보는 것 같다는 이유 중 두 번째다.

지금 모니터 화면에서 보고 계신 작품은 이정웅의 작품 ‘붓’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화가들은 주로 붓을 이용해서 스스로의 미적 세계를 구현한다.

그런데 그에게 있어 미적 세계는 다름아닌 붓이다. 그리고 그 붓이 그려낸 궤적의 아름다움을 아울러 선사한다. 만약 같은 주제를 다른 표현으로 그려냈다면 그 느낌은 어땠을까? 극사실의 섬세함으로 표현된 그의 붓은 미술이 가진 재현의 놀라움과 상상의 무궁무진함을 아울러 표출하고 있다.

최근 술 때문에 작가의 건강이 안 좋다고 한다. 문득 또 오원이 생각난다. 걱정스럽다.

<작품1> 이정웅 (1963~ ), 붓, 한지에 유채, 130x194.8cm

<작품2> 이정웅 (1963~ ), 붓, 종이에 유채, 59x73.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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