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순 이어 "동료의원들도 언제든 당할 수 있다" 으름장
21대 국회, 체포동의안 모두 가결…20대 국회는 한 건도 안해
16~21대 국회, 총 37건 체포동의안 중 6건만 가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남용을 꼬집는 시쳇말인 ‘방탄국회’가 이제 옛말이 됐다. 21대 국회 들어 두 번째 현직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서다.
21대 국회에선 앞서 지난해 10월 29일 정정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고, 21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직 무소속 의원 체포동의안이 처리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석 255명 중 206명이 가결에 표를 던지고, 부결은 38표에 그쳐 여야를 막론하고 압도적인 동의를 얻어 가결됐다.
이 의원은 자신이 창업한 이스타항공을 비롯한 관리 중인 회사들에 횡령과 배임을 저질러 도산 위기에 빠뜨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관련 액수는 55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딸에게 회사 명의로 고가의 외제차를 리스해준 부분에 대해 이 의원은 이날 의원들에 보낸 친서에 딸의 안전을 고려했다는 해명을 해 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지기 전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에 나서 억울함을 호소키도 했다. 그는 “구속되려면 도주하거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야 하는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한 제가 무엇 때문에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하려 하겠나”라며 “구속되면 성공한 수사라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과 악습에서 비롯된 검찰 권력의 오만과 독선의 결과물이 체포동의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혐의에 대해선 ‘검찰의 일방적 견해’ ‘악의적 여론몰이’라고 규정하며 “제가 가진 재산은 서울 아파트 한 채뿐이며 이 또한 20년 전 직장 샐러리맨 생활 때 구입한 것”이라면서 “횡령했다고 적시한 금액도 2017년 모두 정리·변제된 것이고, 배임 혐의도 당시 저는 19대 국회의원 재임 중이라 전문경영인이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정상 절차에 따라 한 경영활동”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동료의원들도 검찰로부터 당하는 치욕과 수모를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며 “체포동의안 부결을 통해 입법부의 권위와 자존심을 살려 수사권을 남용한 검찰에 준엄한 질책을 하고 경종을 울려 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의원들에 “언제든 당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건 정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정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에 따라 향후 국회의원이 검사에 의해 피의자로 낙인 찍히면 검사가 지정하는 날에 반드시 출석해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의무가 지워질 수 있고, 헌법이 부여한 불체포특권을 우리 스스로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체포동의안 처리로 21대 국회는 제출된 두 건의 동의안 모두 가결한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직전 20대 국회와 확연히 비교된다. 당시 4년 임기 내내 5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지만, 권성동·염동열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체포동의안은 여야 의원들이 합심해 부결시켰고, 나머지 3건은 표결도 진행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전 16~19대 국회에서도 30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바 있지만 가결된 건 5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부결되거나 표결도 부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