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이 가지고 있는 서울 최대 백화점 타이틀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도전한다. 신세계 강남점은 1층과 2층에 중층을 만들고, 면세점 공간의 백화점 전환을 검토하면서 하반기 서울 최대 면적 백화점 타이틀을 재탈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7월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2018년 7월 문 이 점포는 코로나19 여파에 시내 면세점이 직격탄을 맞자 3년만에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을 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영업손실 873억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45.9% 감소한 1조69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코로나19로 임차료를 50% 감면받았지만, 강남점의 경우 현재 계열사인 센트럴시티에 임대료를 그대로 지급해 비용 부담이 크다.
특히 강남점은 매출 급감으로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점을 해왔고, 주류 등 일부 매장은 아예 임시 휴점하는 등 이미 사정이 좋지 않다. 매출에 비해 비용이 높다 보니 신세계 그룹으로서는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형편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사실상 하늘길이 끊어지면서 외국인 방문객이 급감하고, 내국인의 해외여행도 줄어들어 시내 면세점을 찾을 일도 줄었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 4조456억 원에 달하던 내국인 면세 매출은 지난해 9197억 원으로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고, 20조8129억 원이던 외국인 매출도 14조5854억 원으로 감소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면세점 공간을 임차해서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잘되는 사업에 몰아주기할 것이란 얘기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신세계 강남점은 2년 연속 2조 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내 백화점 가운데 매출이 증가한 점포는 전국 67개 중 10여 개에 불과하다.
자존심 싸움도 걸려 있다. 최근 수년간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은 신세계 강남점이었다. 2010년 개장 후 2016년 증축과 전관 리뉴얼을 통해 영업면적을 기존 1만6800여평(약 5만5500㎡)에서 2만6200평(약 8만6500㎡)으로 확장하며 서울 최대 백화점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올 2월 현대백화점이 여의도에 현대더서울을 2만7000평(약 8만9100㎡) 규모로 오픈하면서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최근 1층에 입점해있던 해외명품을 2층으로 옮기고 기존 2층의 럭셔리 화장품을 1층으로 내리면서 1층과 2층 사이에 중층을 만들어 올하반기에는 서울 최대 점포 타이틀을 뺏어올 것으로는 보이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1000평의 공간이 생기지만 더현대서울에 비해서는 불과 200평 넓은 수준에 그친다.
이에 따라 서울 최대 면적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만3570㎡(3906평)에 달하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공간이 절실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서울 최대 백화점도 신세계 강남점이었다”면서 “하반기 리뉴얼 오픈으로 면세점 공간을 백화점으로 활용하지 않더라도 서울권 최대 면적 백화점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전국 매출 1위 점포로서 2위인 롯데 본점과의 매출 격차도 더 벌릴 수 있다. 롯데 본점은 에비뉴엘과 영플라자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시해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종전에 롯데 본점의 명품 구성비는 15% 내외였으나 지난해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20% 이상으로 높이기로 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이를 절반 수준으로 더 높여잡았다.
롯데 본점의 작년 매출은 1조4768억 원으로 추정되며 2조 원이 넘는 신세계 강남점과 차이가 있지만, 2016년까지만 해도 전국 점포 1위를 차지했던 만만치 않은 상대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ㆍTHAAD) 배치 이후 한·중 관계가 악화된 2017년에도 신세계 강남점과의 매출 차이는 200억 원에 불과했을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본점 리뉴얼을 거쳐 명품을 비롯해 컨템포러리 브랜드 중에서도 고가 제품을 최대한 입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