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ㆍ상계동 등도 들썩
"서울 집값 불안 초래" 회의론도
서울 주택시장에 이른바 '오세훈 효과'가 거세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으로 10년간 꽉 막혔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이 간신히 안정을 찾은 주변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전용면적 160㎡형은 서울시장 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5일 54억3000만 원에 팔렸다. 지난해 신고가인 43억 원(2020년 12월) 대비 11억 원 넘게 뛴 가격이다. 현재 최고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58억 원에 달한다.
34억 원에 매수자를 기다리던 압구정3구역 현대 1·2차 전용 131㎡형 역시 오 시장 당선 뒤 36억 원으로 호가가 뛰었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선 지난달 전용 76㎡형이 22억4000만 원의 신고가에 팔린 뒤 현재 최고 24억3000만 원을 호가한다.
이같은 분위기는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 20억5000만 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던 목동 신시가지 4단지 전용 115㎡형은 지난달 22억7500만 원에 최고가 거래 기록을 새로 썼다. 현재 호가는 23억 원이 넘는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상계주공6단지 전용 58형㎡형은 올해 2월 처음으로 8억 원 돌파한 뒤 최근 8억1000만~8억3000만 원에 연이어 계약이 체결됐다.
재건축 단지들의 몸값이 가파르게 뛰는 건 오 시장이 선거 내내 강조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약속 때문이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동안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로 18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강변 35층 이하 규제 해제를 내비치며 '50층 개발' 기대감도 키웠다.
시장에선 오 시장이 공약한 것처럼 재건축 인허가 과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하고도 인허가에서 발목이 잡힌 재건축 대어(大魚)를 중심으로 후속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오 시장은 후보 시절 한 토론회에서 △강남 대치동 은마·미도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여의도 시범·공작아파트 등 도시계획위원회에 계류돼 사업이 막힌 단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오세훈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 정비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규제를 통제하는 건 중앙정부다. 서울시의회도 여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용적률 등에 대한 조례 개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오 시장이 공약을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오 시장의 공약 이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건축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시와 정부 간 정책적 충돌로 재건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집값만 올려놓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