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운명을 가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두 회사의 대립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4일 배터리 업계와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SK 측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린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거부권이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 시장 철수까지 감수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최종 패하면서 공사를 진행중인 미국 조지아주 2공장의 공사 속도를 늦춰왔고, 최근 협력업체에 대한 추가 공사 발주도 중단했다.
SK 이사회가 "LG의 과도한 요구 조건은 수용할 수 없다"고 회사 입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미국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결과다.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의 김종훈 이사회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을 다녀왔고, 최근 김준 사장도 미국으로 건너가 막판 설득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반면 LG는 SK가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합의금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미국 ITC는 지난달 LG가 SK를 상대로 한 영업비밀 침해 분쟁의 최종 결정에서 LG측의 손을 들어주며 SK에 미국 내 10년간 배터리 관련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양 측은 ITC 최종 결정문이 공개된 지난달 초 한 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성과 없이 끝났고 이후 만남이 없는 상태다.
SK측은 이 자리에서 종전보다 높은 1조 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했으나, LG측은 '3조 원+α'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SK는 3조 원 이상을 주고는 미국 사업을 영위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현재 미국 사업 포기 가능성을 포함해 외부 컨설팅 용역을 진행 중이다.
업계는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례가 없어 ITC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그러나 SK는 최근 바이든 정부의 미국 중심의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지난 1일 LG-SK의 ITC 특허 분쟁에서 SK가 LG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결정이 내려진 것 등을 들어 거부권 행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남은 일주일 내 거부권이 나오면 SK는 수입금지가 무효화되며 큰 시름을 덜고, LG와 합의를 시도하거나 델라웨어에서 배상금 규모를 다투게 된다.
반면 거부권이 안 나올 경우, SK는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해 즉각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ITC 최종 결정에 대해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중에는 델라웨어에 제기된 민사재판도 같이 연기돼 SK 입장에서 최소 1년은 벌 수 있다. 그사이 사업 철수 여부를 결정하거나 LG와의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양 사의 배터리 협상의 향후 방향이 정해질 것"며 "앞으로 일주일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