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질 경우 유동성 조이기 의심” vs “전혀 사실 무근, 필요규모 따라 하는 것”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에서 연이어 세 차례나 응찰액 전액을 낙찰시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무제한 RP매각에 나서며 시중 유동성을 조이는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최근 시장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발행 규모를 줄이면서, 다른 유동성조절 수단인 RP매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은은 예정액을 정하지 않는 모집방식으로 실시한 7일물 RP매각에서 응찰액 16조1500억원 전액을 낙찰시켰다. 이에 따라 최근 세차례 RP매각 입찰에서 응찰액 전액이 낙찰되는 결과를 나았다. 11일엔 16조1700억원이었고, 18일엔 18조8100억원으로 RP매각 역사상 역대 최고치였다.
한은이 RP매각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중 자금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겪자 한은은 응찰액 전액을 지원해주는 무제한 RP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한 바 있다.
이처럼 세차례 연속 응찰액 전액을 낙찰시킨 것은 2013년 1월24일부터 31일까지 기록한 3회 연속 이후 8년2개월만에 처음이다. 예정액이 정해진 경쟁입찰방식을 뺀 모집방식만으로 보면 2008년 5월8일부터 7월31일까지 기록한 13회 연속 이후 12년8개월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지난달 25일에도 11조6100억원 응찰액 전액을 낙찰시킨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다섯차례 RP매각에서 네차례나 응찰액 전액을 낙찰시켰다.
이와 관련해 채권시장의 한 참여자는 “최근 통안채 발행을 줄인 후유증이다. 한은 입장에서도 통안채 발행은 중요한 수단으로 사실상 줄이면 안됐었다. 최근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이야기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이게 잦아지면 시장에서는 한은이 유동성을 조이는구나 하며 한은 스탠스를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24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안채 발행량 조정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 “통안채는 가장 주요한 유동성조절 수단이라는 점에서 활용도를 크게 줄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16일 한은은 단기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감이 확산하자 통안채 2년물과 1년물을 기존 발행계획대비 50%씩 줄여 각각 1조1000억원과 3000억원씩 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17일(통안채 2년물)과 22일(통안채 1년물) 입찰에서 실제 축소된 금액만큼만 발행했다. 이같은 조치가 시장안정엔 기여했지만 한은 입장에선 중요한 유동성조절 수단을 상실한 셈이다.
한은 관계자도 “통안채 발행이 축소되면서 환수하는 유동성조절 규모가 적어졌다. 그만큼 다른 수단으로 환수하는게 당연하다. (RP매각을) 늘려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동성 조이기 우려와 관련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유동성조절) 필요규모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