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2주쯤 지났으려나. 이번에는 다른 친구들이 15년째 키워오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들도 그 아이와 함께 밤을 보냈고, 나는 문상을 갔다. 슬펐지만 평온했고 다정했다. 연이은 반려묘·반려견의 장례를 겪은 후, 나는 사람의 장례에 생각이 미쳤다. 사람의 장례도 이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장 좋아하던 장소에 누이고, 뽀뽀하고 쓰다듬고 울고 웃으면서 하룻밤을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건 너무 큰 축복이 아닌가.
최근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임종을 맞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가정에서 임종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사람은 반려동물과 달라 사망신고를 해야 하고, 사망신고를 하려면 사망진단서를 받아야 하는데, 사망진단서는 그야말로 ‘진단서’라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목도한 의사나 사망을 예견한 상태에서 48시간 이내에 진료한 의사만이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그 조건을 만족하기 쉽지 않다.
나는 필요한 경우 추후 사망원인을 추정할 수 있도록 병명과 내가 방문하여 진료한 내용을 종이에 꼼꼼히 써 드리고, 나중에 다른 의사에게 보이도록 당부해 놓는다. 원인 불명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아니라는 것을 경찰과 병원에 알려야, 불필요한 부검을 피하고 평온함 속에서 가족들이 함께 장례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애도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니까.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