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한 마스크 착용 지침을 완화하면서 우리 방역당국의 방역지침 완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CDC는 지난 8일(현지시각)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끼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불필요하다’는 내용의 새 방역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 방역당국은 기존의 강력한 마스크 지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CDC는 ‘완전한 백신 접종자’(백신별 마지막 회차분 백신을 맞은 때로부터 2주가 지난 사람)는 △다른 백신 접종자와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채 만날 수 있고 △비(非)접종자여도 중증을 앓을 위험성이 낮고, 여러 가족이 아닌 한 가족 구성원이라면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채 만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9일 “국내에서는 이제 막 접종을 시작하는 단계로, 현재까지 2차 예방접종이 완료된 사례가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에 대해 예외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하는 코로나19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제품으로, 모두 2회 접종이 필요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8주 간격, 화이자 백신은 3주 간격으로 접종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2회 접종을 마친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고 아무데서나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CDC의 새 방역수칙 세부내용에는 △만나는 사람 중에 암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자가 없어야 한다 △공공 장소나 대규모 모임 등에 갈 땐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백신 접종자의 몸에 바이러스가 남아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마스크 착용이 필요 없어지려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0’이던가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킬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백신 접종을 통해 항체가 100% 형성되고, 이런 면역력이 영구적으로 지속돼야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코로나19 백신도 100% 예방 효과가 입증된 건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예방률은 95%, 모더나 백신 예방률은 94.1%,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률은 70.4%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임상 유효성 기준인 50%를 충족해 유효 백신으로 인정받았지만 ‘100% 감염 예방’을 보장하진 않는다.
백신을 통해 항체가 형성되더라도 면역력이 영구적인 것도 아니다. 백신 접종 후 시간이 지날수록 단위면적당 항체의 양을 의미하는 ‘항체가(價)’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맞고 항체가 형성된 후에도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할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말에 섞인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 ‘마스크’가 필요한 이유다.
항체는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감염증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일 뿐 바이러스의 자가복제를 막아주지는 못 한다.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항체가 있더라도 감염증이 발병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것도 약점이다. 현재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백신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만들어져 변이 바이러스에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