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글로벌 조선소로 도약하기 위해 야심차게 완공한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서 지난 7월 필리핀 수빅 조선소의 첫 선박이 선주에게 인도됐다.
첫 선박의 명명식이 열렸던 날 조남호 회장은 "기존 통념을 깨고 새롭고 창조적인 큰 생각으로 사고하고 판단해야 한다"며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추구하는 글로벌 경영의 첫 산물이자 결실"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기반시설이 전무한 불모의 땅 수빅에서 약 231만㎡(70만평) 부지에 2006년부터 조선소를 건설, 운영하고 있다. 2016년까지 총 7000억원을 투자해 최신 생산기지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은 필리핀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필리핀 대통령 훈장은 1993년 제정된 이후 지난 16년간 이 훈장을 받은 사람이 12명에 불과하며 아시아인으로는 조 회장이 첫 수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가 위치한 필리핀 수빅만은 국내보다 연간 강수량이 훨씬 많아 조선소의 모든 공정을 실내화해 기후적 장애를 극복했을 뿐 아니라, 착공 18개월 만에 조선소를 완공하고 조선소 건설과 함께 선박을 건조하는 속도경영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한편 조 회장은 지난 5월 '내부자 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가 조 회장이 미공개 정보로 주식거래를 한 혐의를 잡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것.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이 지난해 5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서 같은 해 1월과 4월에 나눠 법인과 개인 명의로 한진중공업 주식 100만주 가량을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 발표 이후 약 400억원의 평가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국(32)씨의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조원국씨가 한진중공업 등기이사에 선임돼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돌입해 2세 승계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등기이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회사의 주요 결정에 관여하는 만큼 권한과 책임이 크다. 조 씨는미국 브라운대와 웨스턴주립대학 로스쿨을 마치고 지난해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9월 조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그룹 회장은 1심 법원이 장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주자 즉각 항소했다.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기내 면세품업체 B사를 사실상 폐업시켜 배당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한항공을 조양호 회장이 승계하기로 합의한 이상 대한항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B사를 조양호 회장 몫으로 하는 것에 다른 형제들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조남호 회장은 이번 송사 외에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과 잦은 분쟁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기각' '각하' '패소'로 점철된 형제간 소송의 결과들이 경영자로서 그의 다른 긍정적 측면들마저 가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