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R&D(연구ㆍ개발) 역량이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럽집행위원회(EU R&D Scoreboard)의 '2011년 이후 세계 2500대 R&D 기업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2500대 R&D 기업 중 한국 기업은 2014년 80개에서 2019년 56개로 24개 줄었다고 밝혔다.
R&D 금액을 기준으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9%에서 2019년 3.6%로 0.3%포인트(p) 줄었다.
전경련은 이처럼 한국 기업의 위상이 약해진 것은 중국 기업의 약진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2015년 5월 '중국제조 2025' 국가전략을 수립한 이후 중국 기업들은 기술 굴기를 앞세워 약진했다.
세계 2500대 R&D 투자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 수는 2011년 56개에서 2019년 536개로 480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의 R&D 투자액은 연평균 30.8% 늘어 2019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하며 세계 2위 R&D 투자국으로 도약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이 이를 뒷받침했다.
OECD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4년~2018년 세계 21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매출액 대비 정부 지원금 비중이 가장 높은 상위 5개 기업 중 3개(SMIC, 화홍, 칭화유니그룹)가 중국 기업이었다.
또, 한국 기업의 R&D 투자가 반도체 등 ICT(정보통신기술) 품목에 편중되고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원인이라고 전경련 측은 지적했다.
2019년 세계 2500대 R&D 기업에 진입한 한ㆍ중ㆍ일 기업의 업종별 구성을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ICT 제품의 비중이 58.9%에 달했다.
신성장 분야에 대한 R&D 투자 비중도 작다. ICT서비스, 헬스케어 등 2대 신성장 분야에 대한 R&D 투자 비중에서 중국과 일본이 2019년 기준 각각 23%, 17%에 달했다. 한국은 4%에 그쳤다.
특정 기업의 R&D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2019년 한ㆍ미ㆍ일ㆍ중 4개국의 R&D 투자금액 1위 기업이 자국 기업 전체 R&D 투자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미국(알파벳)이 7.5%, 중국(화웨이 인베스트먼트앤홀딩스)이 16.4%, 일본(토요타자동차)이 7.9%인 반면, 한국(삼성전자)은 47.2%에 달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은 반도체 등 ICT 제조업 분야에서는 기술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으나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업 비중이 큰 신산업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기업경쟁력 훼손과 반(反)기업정서를 조장하는 규제도입을 지양하고 R&D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 등 투자 환경을 개선해 미래의 주요 먹거리가 될 신산업 분야 글로벌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