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실’ 시한폭탄 우려
금융위, 이달말 최종안 발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중소기업에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을 오는 9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을 은행과 협의 중이다. 금융위는 의견을 조율한 뒤 이달 말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제도는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코로나19 금융지원책이다.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간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대로 올해 3월까지로 한 차례 연장했다. 올해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추가 연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자 상환 유예 건수는 1만3000건(대출 규모 4조7000억 원)으로 금액으로 1570억 원가량이다. 금융위는 만기 연장과 유예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은행들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은행권의 입장은 다르다.
당장 은행 건전성을 훼손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대출 증가세, 연장 기간을 고려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연장으로 1년 넘게 원금과 이자를 안 받게 되면 ‘시한폭탄’ 대출을 계속 끌어안고 가야 할 판이다. 은행권은 대출 만기 재연장보다 이자 재유예에 더 민감하다.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의 부실 가능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이자는 내겠지만 코로나19로 원금을 갚기가 벅차니 좀 미뤄달라’는 경우는 원금 만기 연장으로 숨통을 틔워주면 은행 입장에서도 향후 대출 상환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이자도 못 내겠다’는 기업은 긴급 조치가 필요한데 이자 유예라는 임시방편만 취할 경우 추후 부실금융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금융권 재무 담당자들은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환주 KB금융 재무총괄(CFO)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코로나가 단기간에 안정되지 않으면 일부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여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승 하나금융 CFO 전무도 “코로나 위기가 계속되면서 이자 상환 유예 등으로 잠재된 리스크가 드러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임)’,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은행권의 대출자산이 10% 가량 급증했지만, 연체율은 오히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28%로 전달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다. 시중은행 관계자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의 정책이 빚어낸 착시효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