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트]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경징계’ 논란

입력 2021-02-10 05:00 수정 2021-02-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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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불완전판매 증언에도
김도진 전 행장 제재 수위 경감
대책위 “금감원, 무늬만 제재”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중심에 선 IBK기업은행의 김도진 전 행장에게 당초 예고보다 가벼운 경징계를 내렸다. 기업은행은 운용사와의 유착이나 불법 행위 가담 등이 없었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펀드 투자자들은 “피해자의 피눈물은 뒷전으로 한 무늬만 제재”며 금감원이 제재심 결과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의환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 상황실장은 8일 “(지난달 14일 기업은행 실무진과) 간담회로 만났을 때 어떤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며 “이걸 두고 피해자 구제라고 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간담회에서 사적 화해는 배임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법률적 검토를 전달했다. 또 사적 화해 실무협상단 구성을 제안했으나 기업은행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최창석 대책위원장 역시 금감원의 제재에 대해 “실망스럽다. 이런 경징계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겠냐”고 평했다. 최 위원장은 기업은행의 판매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상품 가입 당시 ‘사모펀드’라는 말을 듣지도 못했다”며 “위험한 상품이라 일반인이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한참 후에야 알았다”고 했다. 대책위는 설 이후 회의를 통해 더 강경하게 투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책위 내에서는 기업은행 영업점 앞 시위가 논의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2017년부터 3년 동안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3612억 원)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3180억 원)를 6792억 원 규모로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 운용사가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914억 원의 환매가 지연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또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펀드도 294억 원어치 판매했다.

이에 지난달 금감원은 라임·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에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징계안에는 펀드 판매 당시 행장이었던 김 전 행장에 대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가 포함됐다. 금융 당국의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순이다.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난 5일 김 전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경징계로 낮췄다. 이날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금감원은 김 전 행장에겐 한 단계 감경된 주의적 경고, 기업은행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위반 등으로 업무 일부 정지 1개월과 과태료 부과 판단을 내렸다. 금감원은 이를 금융위에 건의할 예정이다.

상품의 위험성을 온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불완전판매’에 대해선 기업은행도 일부 인정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불완전판매 사례가 완전히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며 “그에 대해선 절대로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디스커버리 펀드의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증언이 연이어 나오고 기업은행도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판매사 수장의 징계 수위는 내려갔다.

은행권은 김 전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아지면서 25일 있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제재심에서도 낮아질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무 정지,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 경고,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주의적 경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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