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연구개발 인력 모집
"인재 확보전 치열…수시채용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자동차와 반도체업계가 고급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결국에는 인적 자원이 위기 극복을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연구개발본부는 22일까지 △전동화 시스템 개발 △배터리 시스템 개발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제어 시스템 및 전자 플랫폼 개발 등 4개 부문에서 대규모 대졸 신입 채용을 진행한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채용설명회 개최가 어려워지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전용 홈페이지 ‘H-리크루트’도 개설했다. 4개 직무에서 일하는 현직자들이 각자의 업무를 소개하는 영상과 자주 묻는 말(FAQ) 등이 제공된다. 10분 남짓한 소개 영상에서 현직자들은 직무를 선택한 계기와 매력, 전망과 성장 가능성, 직무에 적합한 사람,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 등을 소개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수소연료전지, 배터리 등 62개 직무에서 신입,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했다. 같은 해 하반기에도 이번에 채용하는 4개 직무를 포함해 연구개발본부 내 다양한 부문에서 세 자릿수 규모로 신입사원을 뽑았다. 이후 4개월여 만에 재차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인데, 자동차 산업의 변화 속에서 연구개발 부문의 우수 인재를 공격적으로 채용해 그룹의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라며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통해 △친환경 시장 지배력 확대 △미래기술 역량 확보 △그룹 사업경쟁력 강화의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반도체 수요 증가로 대규모 투자 시기가 도래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계도 이달 들어 대규모 경력직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총 26개 직무에서 경력직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중 핵심사업인 D램과 관련한 직무도 5개 포함돼 있다. △D램 테스트 설계 △D램 테스트 확률적 그래픽 모델(PGM) 개발 및 자동화 △새로운 메모리 시스템 연구 및 감압식 셀(Resistive cell) 기반 메모리 설계 등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달 1일부터 DS(반도체) 부문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부터 시스템LSI, 파운드리, DIT센터 등 총 10개 사업부 42개 분야에 이른다. 채용 직무는 연구ㆍ개발(R&D) 인원이 대다수로, 일정 기간의 유관업계 경력을 지닌 학ㆍ석사 보유자나 박사 학위 인력이 중심이다.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고용 창출에 충실해야 한다”라는 옥중 메시지를 낸 데다 팽창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 수요를 고려하면 규모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견기업인 DB하이텍도 최근 R&D와 시설 정비 부문에서 신입을 모집했다.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은 지난해부터 밀려드는 수요에 완전가동 상태를 반년 넘게 유지할 정도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인재 확보 경쟁은 ‘슈퍼사이클’ 도래로 인한 시설투자 확대 움직임에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매출이 나란히 18%, 17%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체 반도체 시장도 12% 수준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호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다, 일부 품목의 경우 수요 폭증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재 확보전이 치열하다”라며 “적기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수시채용 기조도 확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