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대규모 투자 시기가 도래하며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일제히 고급 인재 확보에 나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이달 들어 대규모 경력직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총 26개 직무에서 경력직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중 핵심사업인 D램과 관련한 직무도 5개 포함돼 있다. △D램 테스트 설계 △D램 테스트 확률적 그래픽 모델(PGM) 개발 및 자동화 △새로운 메모리 시스템 연구 및 감압식 셀(Resistive cell) 기반 메모리 설계 등이다.
이외에 △미래전략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커뮤니케이션 등 향후 경영 전략과 긴밀히 연관된 직무도 모집분야에 포함됐다.
삼성전자 역시 이달 1일부터 DS(반도체) 부문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부터 시스템LSI, 파운드리, DIT센터 등 총 10개 사업부 42개 분야에 이른다. 채용 직무는 연구ㆍ개발(R&D) 인원이 대다수로, 일정 기간의 유관업계 경력을 지닌 학·석사 보유자나 박사 학위 인력이 중심이다.
구체적인 채용 인력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고용 창출에 충실해야 한다”라는 옥중 메시지를 낸 데다 팽창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 수요를 고려하면 규모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견기업인 DB하이텍도 최근 R&D와 시설 정비 부문에서 신입을 모집했다.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은 지난해부터 밀려드는 수요에 완전가동 상태를 반년 넘게 유지할 정도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공격적인 인재영업 기조는 해외 경쟁사들에서도 뚜렷하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첨단 반도체 공장을 위해 600명이 넘는 엔지니어를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모집했다.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졸업생과 1~2년 경력의 젊은 엔지니어들을 채용하고 대만 타이난시에서 1년간 집중적으로 훈련한 뒤, 애리조나로 파견해 공장 세트업 및 초기 작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D램 3위 업체인 마이크론 역시 이달 초부터 극자외선(EUV) 설비를 담당할 엔지니어를 찾고 있다. 본사가 위치한 미국뿐 아니라 싱가포르, 인도 등에서도 직원 채용에 나섰다. EUV 기술은 향후 메모리 반도체업체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중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반도체업계의 인재 확보 경쟁은 ‘슈퍼사이클’ 도래에 따른 시설투자 확대 움직임에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매출이 나란히 18%, 17%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체 반도체 시장도 12% 수준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업체들의 투자 속도도 가파르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Capex)에만 30조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9조 원가량을 DS 부문에 투자한 삼성전자 역시 올해 투자금액을 35조 원까지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완공한 이천 M16을 중심으로 차세대 D램 양산을 위한 전방위 투자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호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다, 일부 품목의 경우 수요 폭증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재 확보전이 치열하다”라며 “적기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수시채용 기조도 확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