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스타필드 입점 점주 “주말 매출이 평일보다 2배 높은데 주말에 쉬라고요?”

입력 2021-02-08 05:00 수정 2021-02-0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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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점심 무렵 롯데몰 수지점의 한 음식점을 방문해 사장님을 찾자 주방에서 양손에 고무장갑을 낀 채 “제가 점주입니다”라며 김 모(63) 씨가 나왔다. 최근 종업원을 줄여 카운터도 보고 주방 일도 본다고 했다. 김 씨는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너무 안 돼 직원을 5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며 “임차료는 고정적으로 나가는데 주말 장사까지 못하게 하면 (쇼핑몰에) 들어올 점주는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객이 예전 같지 않아 가뜩이나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복합쇼핑몰 입점 자영업자들은 정치권이 복합쇼핑몰 주2회 의무휴업을 추진하는 데 대해 앞다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찾은 롯데몰 수지점에서 주얼리 매장을 운영하는 나 모(35) 씨는 “직장인들이 보통 주말에 쉬니, 주말에 판매 못하면 더 힘들어질 것은 뻔하다”고 힘없이 말했다.

스타필드하남에서 한 남성복 매장을 운영 중인 강 모(46)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중 매출을 다 합한 것보다 주말 이틀간 매출이 2배 정도 많은데 주말에 영업을 못하게 하면 직원을 당장 줄여야한다”면서 “어쩔 수 없이 규제해야 한다면 주말이 아닌 주중 정기휴무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서울 인근인 하남시에 위치한 이 복합쇼핑몰의 주말 방문객 수는 7만~8만 명으로 평균 3만5000~4만 명 수준인 평일에 비해 2배 많다.

복합쇼핑몰 영업 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여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최우선으로 밀어붙이는 법안 중 하나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2일 상생을 위해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법안 통과가 한층 더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업 특성을 무시한 정치적 법안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직접 매입해 물건을 파는 대형마트와 달리 복합 쇼핑몰 점포 대부분은 소상공인인 자영업자가 임대하기 때문이다. 스타필드하남점은 65%, 롯데몰은 63% 소상공인이 입점해 있으며, 롯데몰 수지점의 경우 소상공인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 쇼핑몰이 쉬면 소상공인의 매출이 타격을 입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입점 소상공인 10명 중 8명은 복합쇼핑몰의 영업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쇼핑몰의 이용자인 소비자들 역시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복합쇼핑몰의 의무휴업 규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 반대(49.3%)가 찬성(40.5%)보다 많았다. 특히 복합쇼핑몰이 많이 위치한 수도권 응답자(519명)를 분석 대상으로 할 경우 반대 비율은 53.6%로 올라간다.

인천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키즈 카페가 있어 아이 둘을 데리고 한달에 한번꼴로 롯데몰 은평점에 간다”며 “주차도 편리해 차를 대고 주변 상점을 방문하기도 하는데, 주말에 영업을 안하면 당장 불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30대 직장인 B씨는 “영화관, 식당 등 문화·외식시설이 잘 돼 있어 쇼핑이 아닌 데이트 목적으로 쇼핑몰을 찾는다”며 “주말 규제가 주변 전통시장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복합쇼핑몰은 외부 고객을 끌어들이는 집객 효과로 지역민들에게는 경제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유통학회의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오픈한 스타필드 하남점은 출점 1년 후 반경 5㎞ 내 주변 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23% 상승했고, 하남시 전체는 21.16% 치솟았다.

실제 스타필드 하남점을 방문한 고객이 인근 3㎞ 이내 음식점을 당일 이용하는 비중은 10.4%였으며,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비중도 각각 3.2%와 2.6%로 나타났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쇼핑몰에 들른 고객뿐 아니라 입점업체 직원들까지 이용하면서 인근 점포의 매출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복합쇼핑몰 1개가 특정 지역에 입점할 경우 대략 5000여 명의 상시고용이 이뤄지고 1만 명 이상의 취업 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엄청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는 일자리 감소는 물론 주변 상권마저 붕괴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면서 “정치 논리로 법안을 통과시키기보다는 실제로 소상공인에게 보탬이 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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