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인 한국파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관련 테마로 묶이며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인 제넨셀에 투자한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는데 전문가들은 연관된 회사와 치료제의 실체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파마의 주가는 지난 8월 10일 상장한 이후 5일까지 6개월 여 만에 주가가 무려 268.54%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급등은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효과
이 회사의 주가는 상장 이후 1만 원 후반대에서 2만 원 초반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움직였다. 하지만 올들어 지난 1월12일 10%대로 급등하기 시작한 주가가 이후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달리며 9만 원대까지 뛰었다. 지난 달 21일 장중에는 9만4800원을 찍으며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파마는 ‘한국파마 코로나19 치료제 인도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논의’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한국파마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여됐다는 내용을 공개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 회사와 업무협약 관계인 제약사 제넨셀이 인도에서 코로나19 신약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을 완료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후 주가가 뛰기 시작했고 지난 달 18일 투자경고종목에 지정됐지만 다음 날 바로 주가가 폭등하면서 매매거래정지 조건에 부합할 수 있게 되자, 한국파마는 19일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내고 “제넨셀과 코로나19 및 대상포진 치료제 개발 및 생산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한국파마는) 최종단계인 임상약 위탁생산만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공시에서 제넨셀을 ‘원 개발사’, 한국파마를 ‘위탁생산회사’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향후 제넨셀이 임상 진행하는 임상약을 현재와 같이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공시가 나온 후 주가급등에 따라 20일 매매거래정지 조치가 내려졌고 거래가 재개된 21일에는 주가가 27.47%나 급락했다.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지난 2일 기관과 외국인이 25억 원 정도를 순매수하면서 주가는 21.68% 상승하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한국파마가 다음 날인 3일 제넨셀에 30억 원 지분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주가는 2%대로 하락 마감했고, 5일 증시에서는 7.17%나 주가가 빠졌다.
한국파마가 코로나19 치료제를 직접 개발·판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넨셀이 치료제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 한다고 해도 일부 지분 투자만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일부 지분 투자를 했지만 이 역시 실적 개선보다는 향후 투자금 회수 쪽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파마 관계자는 제넨셀에 대해 질문하자 “홍보대행사가 있으니 그쪽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이에 홍보대행사 담당자에게 제넨셀의 지분 투자 이유에 대해 묻자 “우선 제넨셀의 코로나 치료제의 임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향후 개발 완료시 위탁생산과 함께 회사 가치의 상승으로 인한 투자수익도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시에서도 한국파마의 성장성에 대해서 눈여겨 보고 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국파마는 46년 전통의 ETC(전문의약품) 전문 제약사로 특히 정신 신경계 품목에 강점이 있다”면서 “올해는 두 자릿수 매출액 증가율과 수익성 정상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제넨셀 치료제 진실은 ‘안갯 속’
제넨셀을 완전히 인수해 직접 치료제 생산과 판매에 나설 수도 있지만 한국파마의 재무상황도 그렇게 여유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상장 당시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확정 공모가는 9000원으로 공모금액은 291억8700만 원이었다. 자금 세부사용계획으로 오는 2023~2024년에 제조공장 신축을 위해 77억7200만 원을 사용할 예정이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2억5000만원의 차입금 상환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투자자들 역시 제넨셀이라는 회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취업포털사이트인 잡코리아, 사람인 등에 올라온 제넨셀의 기업정보를 보면 이 회사는 직원 4명에 2019년 말 기준 매출액 3800만 원, 영업손실 16억 원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제넨셀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만든게 지난 해 8월인데 반년여 만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임상2상까지 성공했다는 사실 역시 신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제넨셀이라는 회사에 대해 알려진 바도 거의 없다. 홈페이지 상에서는 제주도의 담팔수 추출물을 후보물질로 눈과 간에 좋은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하는 것 정도만 오픈 돼 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대학과 협업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정말 좋은 물질이라면 주요 국이 아닌 인도 등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임상 3상도 동유럽 등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업계에서 도는 소문에는 홍삼에 많이 들어있는 사포닌 추출물 등으로, 치료제보다는 건기식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임상 2상 승인에만 몇 개월에서 몇 년이 소요되는데 제넨셀의 경우 인도에서 임상2,3상 신청과 완료가 1~2개월 만에 이뤄졌다”면서 “만약 이제까지 결과물들이 사실이라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혹의 눈초리에도 이 회사는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일 투자사를 비롯해 기관 등을 초청해 투자설명회를 개최했고 조만간 상장주관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제넨셀 관계자는 “임상이 초고속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에 인도에서 임상을 추진하던 대상포진 치료제와 비슷한 항바이러스 물질로 일부 과정이 면제됐고, 인도에도 담팔수 추출 물질에 대한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인도의 상황이 급박했고 운이 좋았던 측면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인도를 비롯해 동유럽 국가에서의 3상을 준비중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후보 물질은 국내 식약처 임상승인을 받아 지난 해 상반기에 임상1상을 완료한 물질로, 반년 여만에 임상2상까지 진행했다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면서 “담팔수 추출물은 신약 후보물질로, 건기식과는 전혀 무관하고 인도에서 임상을 진행한 것은 인도의 확진자가 많기 때문에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