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 해 보낸 글로벌 석유업체, 미래는 더욱 암울

입력 2021-02-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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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엑손모빌 220억 달러·BP 57억 달러 순손실
기후변화 대응 시대적 과제로 떠올라
규제 강화·전기차 부상 등 업계 압박

▲미국 몬태나주 빌링스에 있는 엑손모빌 빌링스 정유공장. 빌링스/AP뉴시스
▲미국 몬태나주 빌링스에 있는 엑손모빌 빌링스 정유공장. 빌링스/AP뉴시스
글로벌 석유업계에 잿빛 먹구름이 몰려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최악의 성적을 거둔데 이어 포스트 코로나 전망도 암울하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업체가 줄줄이 수백억 달러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형 정유사 엑손모빌은 이날 지난해 220억 달러(약 24조5000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9년 143억 달러 순이익에서 큰 폭으로 적자 전환한 것이다. 40년 만의 첫 연간 적자이자 사상 첫 4분기 연속 순손실이기도 하다. 2013년 시가총액 세계 1위였던 엑손모빌은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1815억 달러에 그쳤다.

영국 BP도 지난해 57억 달러 순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10년 만에 첫 연간 적자다. 2019년만 해도 100억 달러 순익을 올렸다.

엑손모빌과 함께 미국 양대 정유사인 셰브론은 지난달 29일 실적 발표에서 55억 달러 연간 적자를 보고한 바 있다.

석유업계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로 원유 수요 감소, 유가 붕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한때 원유 가격이 배럴당 마이너스(-) 37달러까지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석유업계의 우울한 현실은 증시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미국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축포를 터뜨렸지만, 에너지 부문은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메이저 석유업체 총주주수익률(TSR) 추이. 앞에서부터 BP 로열더치셸 엑손모빌 셰브론 토탈.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글로벌 메이저 석유업체 총주주수익률(TSR) 추이. 앞에서부터 BP 로열더치셸 엑손모빌 셰브론 토탈.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문제는 코로나19가 끝나도 희망이 없다는 점이다. BP는 봉쇄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가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도 했다. 코로나19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관련 규제 강화, 전기자동차 부상이 석유업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주 2035년부터 전기차만 생산·판매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석유업계도 대응 모색에 나섰다. 엑손모빌은 ‘엑손모빌로우카본솔루션(저탄소솔루션)’ 신 사업부를 만들고 2025년까지 배출가스 저감 기술에 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버나드 루니 BP CEO도 “석유와 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풍력·태양력 등 저탄소 배출 에너지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사업 성격상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단기 전망은 여전히 우울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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