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가 산업은행의 지원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유상증자에 따른 투자금은 쌍용차의 미래 전략을 위해 쓰고, 운영자금 등은 산은이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31일 쌍용차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HAAH오토모티브는 산은 지원을 조건부로 이른바 'P플랜'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P플랜이란 신규자금 지원 기능과 법정관리의 채무조정 기능을 하나로 합친 제도다.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을 전제로 2~3개월의 단기 법정관리를 거치며, 법원주도로 신속한 채무조정을 할 수 있다.
쌍용차와 HAAH오토모티브는 2월 초 투자계약을 맺은 이후 법원에 단기 법정관리인 이 P플랜(Pre-packaged Plan)을 신청할 예정이다.
인수 방식은 감자와 유상증자다. 쌍용차의 현재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는 2011년 인수 계약을 맺은 이후 쌍용차 전체 지분의 75%를 유지해 왔다.
단기 법정관리 계획안에 따르면 먼저 감자를 통해 마힌드라의 지분 비율을 낮춘다. 이후 HAAH오토모티브가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분 51%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되면 마힌드라는 투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마힌드라와 HAAH오토모티브 사이에서 힘겨루기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HAAH오토모티브는 "감자 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투자한다"는 계획과 함께 산업은행의 지원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주채권은행인 산은 역시 자신들의 투자금에 맞먹는 지원을 해야한다는 논리다.
산은 역시 그동안 미래 사업성과 노조의 무쟁의가 담보돼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흑자 전환 이전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1년→3년) 등을 쌍용차 노조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처럼 복잡한 조건과 조건이 맞물린 가운데 이번 P플랜마저 무산되면 쌍용차는 파산이 불가피하다.
결국 막바지에 갈수록 산은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1년 마힌드라 인수를 앞두고 당시 법원은 “쌍용차의 청산가치보다는 존속가치가 크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산은 입장에서도 추가 대출은 녹록치 않다. 산은이 쌍용차에 자금을 지원하면 이 자금이 고스란히 외국계 금융기관의 빚을 갚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쌍용차의 외국계 은행 차입금은 600억 원에 달한다. 쌍용차를 이를 갚지 못한 채 연체 사실을 공시했다. 쌍용차는 “경영상황 악화로 상환자금이 부족하다”며 “해당 대출기관과 만기 연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연체 금액은 이자를 포함 JP모건 약 200억 원, BNP파리바 100억 원,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300억 원 등이다.
산은은 "외국계 금융기관 차입금은 마힌드라가 보증을 선 대출이니 만큼, 마힌드라가 해결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지원에 나선다면 쌍용차의 지분 확보가 아닌, 대출 방식이 유력할 것”이라며 “한국지엠의 경우처럼 쌍용차 주주가 되면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계속 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쌍용차는 지난해 423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폭을 확대했다. 매출 역시 2조9502억 원에 머물러 전년 대비 18.6% 감소했다. 작년 말 기준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