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을 투자하면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선박 부품 제조업체 해덕파워웨이의 전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해덕파워웨이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금 세탁 창구로 지목된 회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한 부장판사)는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큼 충분히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옵티머스 고문이었던 공범 고(故) 박모 씨와 함께 사업가 A 씨에게 해덕파워웨이 공동 인수나 경영 참여를 대가로 자금을 투자하면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280여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전 대표 등이 이 돈을 해덕파워웨이 인수자금으로 활용하고 A 씨가 제시한 이사 선임안을 부결시키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독점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씨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피해자 측과 복잡한 교섭을 거쳐 금원 조달을 위한 약정을 체결했다"며 "이 과정에 이 전 대표가 관여했음을 인정할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인수 계약금의 절반가량을 부담했다"며 "계약 당사자로 큰 부담을 안는 상황에서 굳이 박 씨와 공모해 피해자를 기망할 동기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소 불분명한 면이 있고 이 전 대표의 이해관계가 박 씨와 상당히 일치하는 부분 등 의심 가는 사정이 있긴 하다"면서도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고 봤다.
한편 해덕파워웨이의 또 다른 대표 박모 씨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 고모 전 해덕파어웨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고 전 부회장은 김 대표가 펀드 자금으로 해덕파워웨이를 무자본 인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