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확대" 말 뿐… 임대주택 늘리는 서울시

입력 2021-01-2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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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양남시장' 78가구 임대주택으로 전환
봉천13구역도 공급량 늘지만 분양 물량은 줄어
'분양 위주 공급' 정부 정책과 엇박자

정부가 주택 공급 정책에서 분양주택 확대를 시사하고 있지만 일부 사업장에선 반대로 가고 있다. 계획된 분양주택마저 줄이고 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올해 상반기 중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양남시장 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 등을 변경할 예정이다. 과거 계획했던 분양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양남시장에선 당초 78가구가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정비계획이 변경되면 모두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사업 시행자도 양남시장 정비사업 조합 단독에서 조합-SH 공동으로 바뀐다.

양남시장 정비사업에서 SH가 임대주택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건 출자자인 서울시 정책 방향 때문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공공성을 확보하고 집값 안정을 유도해야 한다며서 SH에 공동 시행과 임대주택 공급을 요청했다.

공공재개발 주택수 늘어도 분양주택 물량은 줄어

서울시가 정비사업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분양주택을 줄여 임대주택을 늘리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 방안으로 미는 '공공재개발'(공공 참여형 재개발) 사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달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관악구 봉천동 봉천13구역에선 357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현재 가구 수(169가구)보다는 188가구, 기존 정비계획(192가구)보다는 165가구가 늘어난다.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 시행자 참여, 임대주택 기부채납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구 수가 늘어나도 청약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는 더 어려워졌다. 기존 정비계획에서 늘어난 192가구 가운데 토지주 몫으로 79가구(135가구→214가구), 임대주택으로 110가구가 돌아간다.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57가구에서 33가구로 되레 줄었다. 토지주 등의 민원을 해소하고 임대주택 공급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지나친 임대주택 확대 의무에 반발, 공공재개발 공모 중에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답십리 17구역이 스스로 공모를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SH 등이 제시한 공공재개발 계획대로면 이 지역에선 임대주택 32가구가 늘어나는 대신 분양주택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답십리 17구역은 이미 SH가 시행자로 참여하고 있어 공공재개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다.

입주 요건 까다롭고 중형주택도 없어
일반 수요자 '청약 바늘 구멍' 뚫어야
변창흠 "국민 원하는 분양아파트 중심 공급해야" 언급 무색

그간 정부나 서울시 집행부 등 여권은 분양주택보다는 임대주택 확대 정책에 주력해왔다. 분양 차익에서 비롯된 집값 상승 현상을 예방하고 서민 주거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에서다.

공공임대주택이 확대되면 주거 약자는 보호할 수 있지만 시장의 전반적 수요를 맞추기엔 한계가 있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려면 소득과 자산 등 맞춰야 할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중산층까지 입주할 수 있는 중형 임대주택을 도입하고 소득ㆍ자산 요건을 완화했지만 물량이 한정돼 있다. 그나마 양남시장과 봉천13구역엔 중형 임대주택이 계획돼 있지 않다. 소형 임대주택 요건을 못 맞추는 수요자는 여전히 청약 '바늘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점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관계자 등과 함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토교통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관계자 등과 함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토교통부)

최근엔 정부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주택 정책을 임대주택 치중에서 분양주택 확대 쪽으로 선회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이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 등 주택 관련 공공기관과 연 회의에서 "신규 공급 주택은 국민들이 원하는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해야 한다"며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 확보를 위해 공공자가주택(소유권은 각 개인에게 주되 매매 차익 일부를 공공이 환수하는 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혼합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현장에선 아직은 분양주택보다는 임대주택 쪽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변 장관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시장 수요에 맞춰 분양주택을 확보하려는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차익 공유 정책이나 임대주택 기부채납 등 이익 환수 방안은 시장 눈높이에 맞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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