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화 실질실효환율(REER·real effective exchange rate)이 5개월째 오르며 1년8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명목실효환율(NEER·nominal effective exchange rate)도 4개월째 올라 1년11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다만 상승폭은 둔화했다. 명목실효환율 상승폭이 더 커 명목과 실질 실효환율간 격차는 17년11개월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명목실효환율도 전월대비 0.52%(0.60포인트) 상승한 116.52를 보였다. 이 역시 2019년 1월(116.68) 이후 최고치며, 8월(111.28) 저점 이후 4개월째 상승세다. 다만 상승폭은 10월(2.51%·2.80포인트) 이후 감소세를 이어갔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0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 100 기준)보다 그 나라 화폐가치가 고평가(원화 강세) 됐다는 의미며, 낮으면 저평가(원화 약세) 됐다는 뜻이다. 즉, 이 수치가 상승하면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됨을, 하락하면 강화됨을 의미한다. 명목실효환율은 교역량만 가중 평균한 지표다. BIS는 2019년 3월 실효환율 발표부터 기존 61개국 중 베네주엘라를 뺀 60개국으로 집계 중이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절상)한 영향이다. 실제 작년 12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월보다 1.9%(21.63원) 하락한 1095.13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6월(1092.80원) 이후 2년6개월만에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도 10월(-2.9%·-34.12원) 급락 이후 낙폭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명목실효환율과 실질실효환율간 격차는 6.55포인트로 2003년 1월(6.70포인트)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9월 5.54포인트 이래 석달째 확대된 것이다.
두 실효환율간 격차가 크다는 것은 주요 교역상대국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12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월대비 0.2% 상승하는데 그쳤다. 석달만에 상승전환한 것이나 여전히 낮은 오름세다. 전년동월대비로도 0.5% 올랐다. 10월 0.1%를 기록한 이래 석달째 0%대 상승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2월에도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강세폭이 컸다. 명목과 실질 실효환율간 격차가 커진 것은 물가 때문일텐데 BIS 집계가 실시간은 아니어서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월에는 위안화 등 다른 통화들도 강세를 보여 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요 교역상대국인 유로지역은 1.11%(1.07포인트) 오른 97.08(실질실효환율 기준)을 기록해 우리보다 상승폭이 컸고, 중국은 0.06%(0.08포인트) 상승한 126.31로 우리보다 상승폭이 적었다. 미국은 2.04%(2.35포인트) 하락한 112.86을, 일본은 1.04%(0.80포인트) 떨어진 75.94를 보였다. 이는 각각 전세계 60개국중 하락률 3위와 9위를 기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