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이 서울 이외 지역에서 사들인 아파트 건수가 지난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도 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를 집중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 매입자 거주지별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서울 거주자의 관할 시도 외 아파트 매입 건수는 6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만1444건) 대비 2.1배로 증가한 것이자,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 건수(127만9305건)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지역 거주자의 타지역 아파트 매수도 이와 같은 추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민의 서울 아파트 매수(3만4871건)는 전년(2만4652건)보다 41.5% 증가했다. 2016년 3만8540건, 2017년 3만4293건, 2018년 3만3861건, 2019년 2만4652건으로 3년 연속 내리 줄었다가 지난해 반등한 것이다.
작년 서울 거주자의 아파트 매수가 가장 많았던 타지역은 경기지역(4만5959건)이었다. 인천(5451건), 강원(2651건), 충남(2141건), 부산(1661건), 충북(1661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북(1447건)과 세종(486건)은 서울 거주자의 아파트 매입이 전년의 3배 가까운 증가율(각각 2.9배, 2.7배)을 나타냈다.
서울시민의 아파트 원정 투자가 크게 늘면서 지난 해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KB 시계열 통계를 기준으로 지난해 아파트값은 서울이 3.4% 올랐으나 경기는 12.8%, 인천은 9.6%, 지방은 5.8% 상승했다.
서울 외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최근에는 매수세가 다시 서울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인다.
서울 외 거주자들의 서울 아파트 매입은 지난해 7월 3457건에서 10월 853건으로 3개월 내리 급감했다가 11월 1066건, 12월 1831건으로 2개월 연속으로 증가했다.
지난달의 경우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매수는 노원구(174건)에서 가장 많았다. 강남구(152건), 송파구(140건), 서초구(117건), 강동구(87건) 등 강남권도 외지인들의 매수세가 2개월째 큰 폭으로 늘어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서울 거주자의 원정 투자가 크게 늘면서 해당 지역의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면서 "작년 말부터는 해당 지역의 '가격 키 맞추기'에 따라 서울이 싸 보인다는 심리적 착시효과로 이제는 지방 거주자들의 상경 투자가 다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