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중소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은 인수·합병(M&A)에 관해 “추진 계획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M&A 시장 활성화와 인식 개선 등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사업진흥원, 벤처기업협회와 함께 ‘2020 ICT 중소기업 실태조사’를 지난달 말 공개했다.
해당 실태조사는 2019년 12월 말 기준 ICT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된 것이다. 2500개 표본조사 결과로 모수(5만8316개)를 추정한 방식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ICT 중소기업중 ‘M&A를 추진 중’이라고 답한 비율은 0.2%, ‘경험은 없으나 관심이 있는’기업은 0.8%로 나타났다. 무응답이 0.9%로 나머지 98.1%는 ‘추진 계획 없음’이라고 답했다.
전년도 조사에서도 M&A 관련 ‘추진 계획 없음’ 비율은 99.7%를 기록했다. 전년보다는 비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10곳 중 9곳 이상이 M&A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셈이다.
이 같은 결과에 관해 벤처기업협회는 중소기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한 M&A 교육을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전문가를 초빙해 진행하는 M&A 교육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온라인 진행을 하다보니 효과가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며 “올해 그러한 애로사항을 개선해 확대 진행할 것이고, 과기정통부에서도 M&A 이슈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실태조사에서 설문 문항은 M&A 전반에 관한 관심을 묻고 있어 피인수, 인수 중 어떤 입장에서 답한 것인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다만 확실한 부분은 중소기업들의 응답으로 미뤄볼 때 M&A 시장 활성화가 아직 먼 일이라는 점이다.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M&A 시장이 활성화 돼야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고, 그래야 인식 개선도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대기업들이 M&A가 아닌 기술탈취로 기술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M&A에 관한 인식도 중소기업계에서는 좋지 않게 나타났다”며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야 제 값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은 M&A에 들어가는 컨설팅 비용 등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회계, 법률 컨설팅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지원과 인식 전환 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CT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필요성은 느껴도 현실적으로 중소기업 내에서 M&A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미경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AI 등 최근 ICT 스타트업의 가치가 매우 높아서 쉽게 나서기 힘들다”며 “M&A를 하려고 해도 스타트업 전반의 눈이 높아진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문서ㆍ리포팅 솔루션 기업 ‘포시에스’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M&A 필요성은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M&A를 통해 매출액 등을 더 키우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할 때 마땅한 업체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한편 실태조사에서 ICT 기업의 총 매출액은 144조 원으로 전년 127조 원에서 13.4%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당 평균 매출도 21억500만 원에서 24억7600만 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뒷걸음쳤다. 영업이익은 전년 조사인 5조1000억 원에서 5조 원으로 감소했고, 평균 영업이익도 9400만 원에서 8600만 원으로 줄었다. 순이익은 2조7000억 원, 평균 순이익은 46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2조6000억 원, 4800만 원에서 줄어든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