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걸린 코스피]증시 전문가 '과유불급, “빚투·종목 편식 (반도체·전기차)·불법‘주식리딩방’”의 그늘

입력 2021-01-11 16:20 수정 2021-01-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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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급제동, "너무 빠르다" VS "돈넘쳐 더 간다"

지난 해부터 이어진 증시랠리가 새해 들어서도 숨가쁜 줄 모르고 달리고 있다. 여기에는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유동성이 주춧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너무 빠르게 바뀌다 보니 투자자들도 혼동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당분간 증시의 강세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고 친환경 업종과 종목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부동산에서 폭망한 “‘동학개미’, 주식밖엔 없다”=코스피 3000시대의 1등 공신인 동학개미는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초저금리에도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이날 개미들은 3조4000억 원 가량을 장바구니에 쓸어 담았다. 하루 순매수로는 사상 최고 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실탄인 투자자 예탁금은 8일 기준 68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 2018년 평균(26조6676억 원)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같은 유동성의 첫 번째 배경은 초저금리 환경으로 1%대 예금 금리 환경에서 기존의 저축이라는 재테크 수단이 갖는 효용이 감소했다”면서 “또한 2030의 경우 부동산 시장 진입에 실패하면서 주식시장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경향도 관찰되는데 수억 원의 자본금이 필요한 부동산과 달리 주식시장은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이번 코스피 3000 돌파를 이끈 주체는 단연 개인으로 지수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데 일조했는데 이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라며 “현금화가 용이한 자금을 포함하는 10월 M2 통화량은 3150조 원을 기록해 전월 대비 35조 원 가량 증가하며 통계 작성 이례 역대 2위 증가폭을 기록했는데 향후 개인들의 매수세는 유동성을 발판 삼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한 투자자들의 허탈감과 조바심이 매수세를 부채질 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이사)는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주식투자 성공 스토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도 쉽게 들리는 상황인 만큼 상대적 박탈감이 주식 투자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단기 과열’속 엄동설한(종목쏠림) 왜, 전망은= 증시에 강세 속에서 종목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코스닥 종목들의 상승세가 둔화된 가운데 코스피, 그 중에서도 시총 상위 종목들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코스피 지수는 지난 8일까지 9.69%가 급등했지만 코스닥 지수는 2.00% 오르는데 그쳤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센터장들은 특별할 거 없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각에 따라 쏠림현상은 건강한 조짐은 아니지만, 이같은 쏠림현상은 강세장에서는 늘 나타난다”면서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형주는 상대적으로 현금 흐름이나 이익 측면에서 양호하고, 최근 대형주 강세는 현대차 등 기존 구(舊)경제에 가까운 기업들이 신(新경)제에 진입할 가능성을 반영하는 만큼 시대 전환을 반영하는 흐름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최근의 코스피 강세 현상은 경기회복 기대감과 대형가치주 중심의 실적 전망치 상향 추세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화학, 카카오 등 시가총액 상위 업종대표주들의 긍정적인 향후 실적 전망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역시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활개치는 ‘리딩방’,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만큼, 분별력을 어지럽히는 일은 없다.”= 한국경제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최근 리딩방은 국내 대형 증권사와 비슷한 이름을 달고 투자자들을 모아 추천 종목을 제시하고, 금전적 대가를 받고 있다. 증권사들은 “회사의 애널리스트가 따로 종목 추천 리딩방을 운영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신동준 센터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리딩방’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개별적인 수익활동은 하지 않는다”면서 “지난해부터 증권사 연구원들을 사칭하는 리딩방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 공식적인 채널을 통하지 않고 전해지는 정보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지어 유명 애널리스트를 사칭해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명백한 사기도 성행하고 있다. 증권사 내부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경수 센터장은 “애널리스트가 리딩방 또는 주식 채널을 개설하는 건 금지되어 있다”면서 “사칭 채널이 발견되면 사내 컴플라이언스팀이나 규정에 의해 폐쇄 의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센터장들은 리딩방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주식을 공부하고, 투자를 결정할 것을 당부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리딩방은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 금전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건 제도권을 벗어난 것이라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위험하다”면서 “최근 ‘스마트 개인’들은 그룹을 나눠 스터디를 하는 등 투자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또 황승택 센터장은 “리딩방 종목추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면서 “대신 실적개선업종 위주로 분할 매수 방식의 접근을 추천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코스피 어디까지 갈까=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은 무엇보다 ‘코스피가 어디까지 오를지’일 것이다. 센터장들은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있지만 당분간 증시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여기에 친환경 관련 종목들과 반도체 업종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신동준 센터장은 “KB증권은 국내 증시의 상승 흐름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3~5월 경 증시 조정이 나타날 수 있지만, 기술혁신에 대한 기대감 및 초저금리 환경에 기반한 유동성에 따라 증시 상승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역시 “백신 보급과 경기 회복을 미리 땡겨서 주가가 오르고 있는 만큼 고점을 치는 시기도 생각보다 빠를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풍부한 유동성 환경은 당분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풍부한 증시 대기 자금은 시장 하락시지지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증기가 단기 급등 양상을 보인 만큼 당분간 숨고르기 양상을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승우 센터장은 “지금과 같은 PER 측면에서 3~4년 장기 투자 수익률에 대한 기대는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처럼 2~3개월 만에 코스피가 30% 넘게 상승한 상황에서는 한 타임 쉬고 진입하는 방법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박희찬 이사 역시 “증시 강세가 올해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급하게 주식을 팔 것을 권고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주식을 신규로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대수익률 자체가 많이 낮아졌다는 점, 아직까지 주식을 안해봤다면 위기관리능력이 걱정된다는 점 등의 이유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를 한다는 전제하에 센터장들은 한 목소리로 친환경 관련 종목과 반도체 업종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신동준 센터장은 “친환경 관련주가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조에 가장 부합하는 테마로서, 증시 레벨이 단기간에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바이든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 기대감에 따른 씨클리컬 업종, 특히 화학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창용 센터장은 “2000년 이후 삼성전자 분기 이익을 기준으로 사이클 저점에서 다음 고점까지 6~11개 분기가 걸렸는 데 2020년 2분기 이익 바닥을 확인하고 3분기에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저치인 6개 분기를 적용하면 내년 연말까지 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반도체 업종에 주목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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