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의 공식을 거꾸로 하면 기업의 주당순이익을 주가로 나눈 것인데 이것은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을 의미한다. 즉 1주당 1000원 버는 기업을 1만 원에 샀다는 것은 내가 이 기업에 대하여 10%의 수익률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성장 기대감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들은 PER가 100배 이상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PER가 100배이므로 기대수익률은 1%가 된다. 기업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이렇게 낮은데 왜 비싼 주식을 살까? 당연히 그 기업의 순이익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내년도에 2배 성장하면 기대수익률은 2%가 되고, 매년 2배씩 성장한다면 복리효과로 인해 3년 뒤에는 8%로 올라가고 6년 이내에 투자액 회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대로 PER가 10배인 기업인데 지금보다 실적이 더 작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 투자자의 회수기간은 더 길어지게 된다. 지금 주가가 1만 원이고 작년까지 1주당 1000원씩 벌었는데 앞으로는 500원, 300원, 적자 이렇게 될 것이라면 지금 PER가 10배라고 해도 원금 회수까지는 요원하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과거의 손익보다는 미래의 실적 기대감에 더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기업의 예상 실적치를 주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적이 예상보다 더 잘 나오면 어닝 서프라이즈, 더 안 나오면 어닝 쇼크라고 표현한다. 2020년 회계 기간이 종료되었기 때문에 이제 곧 있으면 기업들이 줄지어 실적을 발표할 것이다. 매년 그랬듯이 D+5영업일이 되는 1월 8일에 삼성전자가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잠정치 공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증시 흐름의 중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큰 기업들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여러 증권사의 리포트가 자주 나오는 편인 데 반해 중소형 기업들은 그렇지가 않다. 예상 손익에 대한 정보를 알 방법이 없어서 기업의 IR(Investor Relation) 담당자에게 물어보는 예도 있지만,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대용치로 최근 4분기 손익이나 최근 분기 순이익을 연 환산하는 방식으로 추정치를 내보곤 한다. 가장 마지막에 공시된 3분기 순이익에 4를 곱하고 3으로 나누면 연 환산이 가능하다. 만약 계절적 요인이 있는 기업이라면 가중치를 더 주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겨울 패딩으로 유명한 의류기업 같은 경우에 4분기에 전체 매출액의 40% 이상을 벌어들이므로 가중치를 조금 더 주어야 할 것이다. 반면 여름 가전제품이나 빙과류를 주로 판매하는 기업은 아무래도 4분기가 비수기이므로 가중치를 줄일 필요가 있다.
PER를 계산할 때 쓰고 있는 EPS는 당기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것인데 투자자 입장에서 순이익이 영업이익과 비교해서 큰 괴리가 없는지 살펴봐야 좀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은 감소 추세인데 기타수익으로 인해 순이익이 증가한 것이라면 PER로 인한 판단은 왜곡될 수 있다. 반대로 영업이익이 증가 추세인데 기타비용으로 인해 순이익이 감소하고 PER가 큰 값으로 계산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펀더멘털 척도라고 볼 수 있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세와 이익률 등을 집중적으로 봐야 한다. 추가로 산업 환경과 기업의 여러 질적 정보를 조합해서 성장성을 판단해야 제대로 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PER 같은 지표는 투자를 위한 보조지표로만 활용하고 회사 전체를 보는 능력을 계속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 공부 방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