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지난달 처음으로 5억 원을 넘어섰다.
4일 KB부동산의 12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5억1549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3억 원을 넘어선 뒤 불과 1년 2개월만에 2억 원이 뛰었다. 세종시 평균 아파트값이 5억 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평균 4억 원을 넘긴 뒤 5억 원을 돌파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4개월이다. 지난해 8월 4억5569만 원으로 경기도 평균 아파트값(4억2189만 원)을 처음으로 역전한 세종시는 지난달 경기도와의 아파트값 격차가 6000만 원까지 벌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값은 42.37% 올랐다. 이는 전국(7.04%) 집값 상승률의 6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전셋값은 무려 61.94% 폭등했다.
세종시 집값이 단기간에 이처럼 치솟은 건 지난 7월 여당이 꺼낸 행정수도 완성론 후폭풍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입주 물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공급 과잉 우려가 해소되고, 정부부처 이전으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천도론으로 세종 일대 집값을 들쑤신 셈이다.
지난해 1월 7억6800만 원 수준에 거래되던 도램마을 14단지 전용 99.992㎡형은 지난해 12월 초 12억6000만 원에 팔렸다. 1년 동안 매매가격이 무려 5억 원이 뛴 셈이다. 새롬동 새뜸마을 10단지 전용 84㎡형은 지난해 4월 7억5000만 원에서 12월 11억5000만 원으로 뛰어올랐다.
2018년 분양해 지난해 9월 입주를 시작한 해밀동 해밀마을 1단지 세종마스터힐스 전용 59㎡형의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값)는 최고 7억2000만 원 선이다. 2억1900만~2억4600만 원 수준이었던 분양가 대비 3배 비싼 가격이다.
시장에선 행정수도 완성 작업이 가시화되면 가격이 더 뛸 것으로 내다본다. 주변 지역 집값마저 급등시키는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값 상승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로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세종시 집값 폭등을 자초한 것”이라며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하면 이 일대 주택이나 토지 가격은 더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