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는 0.5% 상승해 2019년 0.4%에 이어 2년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 집계 이후 처음이다.
올해 물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농축수산물(-1.7%→6.7%), 집세(-0.1%→0.2%)가 크게 올랐으나 코로나19로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가 1.2% 상승에 그치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가 7.3%나 감소하면서 0.1%P 상승에 그쳤다. 개인서비스가 1.2% 상승한 것은 2012년 1.1% 상승한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식(0.8%)은 2000년(0.8%)과 같은 수준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물가 0.8% 상승에 그쳤고 외식 외에도 볼링장 이용료, 피시방 이용과 같은 개인서비스 상승폭도 1.5%로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부터 교육과 통신비 등에 정부 정책 지원이 계속되면서 공공서비스가 -1.9%로 2019년 -0.5%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강보험적용 확대는 개인서비스 물가 하락에 기여했다.
12월만 보면 전년동월대비 0.5% 상승했다. 10월 0.1%를 기록한 이후 석 달 연속 0%대 저물가를 나타냈다. 계절의 영향을 받는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0.9%였고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물가도 0.5%로 낮았다.
구매 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만 집계한 생활물가는 0.1% 하락했다. 단 식품은 3.4% 상승했다.
신선식품은 10.0%로 크게 올랐다. 신선어개 5.6%, 신선채소는 0.2% 상승했고 신선과실은 24.3% 올라 전월(25.1%)에 이어 과일 가격이 크게 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사과가 43.1% 급등했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가 6.2% 상승했고 기타상품 및 서비스(2.0%), 보건(1.3%), 음식 및 숙박(1.1%) 등이 전체 물가보다 높았다. 교통은 -3.7%로 가장 낮았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0.7% 상승에 그쳤으나 농축수산물은 9.7%로 높았다. 돼지고기 16.1%, 국산 쇠고기 10.7%, 쌀 11.5%, 고춧가루 32.6%, 양파 66.6%, 마늘 38.2%로 크게 올랐다. 공업제품은 석유류가 12.6% 하락하면서 -0.9%를 기록했다. 전기·수도·가스도 4.1% 하락했다.
집세는 0.7%로 올랐다. 이는 2018년 4월(0.8%)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대다. 전세는 0.9%, 월세가 0.4%였다. 개인서비스는 1.3% 상승했고 공공서비스는 2.0% 하락했다. 도시가스(-10.3%), 지역난방비(-2.6%), 고등학교납부금(-93.3%), 학교급식비(-51.3%) 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는 이동통신요금 지원, 고교 무상교육・무상급식 조기 확대 등이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내년 소비자물가는 점진적 내수회복, 정책적 하방압력의 완화 등의 영향으로 상승폭이 금년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 전개 양상,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움직임 등이 향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준범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소비자물가 흐름 및 물가 상・하방 위험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