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설기계 업체들이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 고민에 빠졌다.
시장 규모가 30만 대에 육박하는 등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현지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점유율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는 생존을 위해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 매진한다.
22일 중국공정기계협회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에서 굴착기 판매량은 26만5543대이다.
지난해 기록했던 판매량 신기록(20만9077대)을 일찌감치 경신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30만 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굴착기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이유는 현지 인프라 투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잠시 중단됐던 건설 공사를 빨리 재개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도 감행했다.
실제 중국은 올해 5월에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인프라 구축에 약 6조 위안(약 101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사 건수가 늘어나면서 굴착기 수요는 자연스레 증가했다.
시장 호황으로 우리나라 업체들의 판매량도 늘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착기 판매량은 지난달까지 누적 기준 1만7458대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에서 연간 판매량 1만7000대를 넘긴 것은 2010년(2만1800여 대)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기계의 굴착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상승한 7445대이다.
판매량과 달리 점유율은 지지부진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점유율은 올해 1~11월 기준 6.6%에 그쳤다. 그동안 유지했던 7~8% 선을 지키지 못했다.
현대건설기계의 점유율은 3%대에서 머물러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더라도 우리나라 업체의 점유율은 10%를 간신히 넘는다.
우리나라 업체들의 점유율 내림세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따른 영향이다.
한때 외산 업체들이 점령했던 중국 굴착기 시장은 2010년 이후 현지 업체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사니, XCMG 등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자 외산 업체들의 점유율은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건설기계 업체들은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이어나간다. 판매량에 집착하지 않는 대신 대형 굴착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중국에서 온라인 생방송을 통해 총 47대의 굴착기를 판매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10월 중국 주요 고객에게 21톤 및 22톤급 수륙양용 굴착기 20대를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