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가 최악의 확산세를 보이면서 의료진과 병상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의료체계 붕괴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14일(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18명이다. 전날 1030명에 비해 312명 줄었지만 휴일의 검사 건수가 감소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된다. 지역사회의 잠복 감염으로 검사자의 양성 판정 비율은 상승하고 있다. 지난 11일 3만8651명, 12일 2만4731명, 13일 2만2444명에 대한 검사가 이뤄졌는데, 양성률이 각각 2.46%, 4.16%, 3.20%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누적양성률 1.28%의 2∼3배에 이른다. 감염이 넓게 퍼져 있다는 의미다.
확진자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공산이 크다. 정부는 14일부터 수도권에서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기 위한 임시선별검사소 150곳의 운영에 들어갔다. 진단검사가 크게 늘면서 확진자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하루 신규 확진자가 1500명 이상, 3000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심각한 문제는 확진자 폭증에 대처할 치료 병상이 턱없이 부족하고 의료진의 피로도 또한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미 위중증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방역당국 집계에서 13일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병상 여유분은 전국에 48개이고, 특히 확진자의 70% 이상이 발생하는 수도권의 경우 서울 5개, 인천 3개 등 8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의 위중증 환자는 185명으로 전날 179명보다 6명 늘어났다. 경증 환자 병상도 포화 상태다. 수도권에만 현재 600명 이상의 환자가 자택에서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정부는 코로나19 1차 유행 때 확진자 병상을 전국에 1만 개 확보한다고 했으나 공염불이었다. 환자가 폭증하자 다시 중환자 병상 300개, 생활치료센터 7000개 및 감염병 전담병원 2700개 등 가용 병상 1만 개 대책을 내놓았지만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위중증 환자 수용을 위한 컨테이너 병상을 설치하고, 경기도는 도내 대학교 기숙사를 긴급 동원키로 했다. 그럼에도 병상을 운영할 의료진이 태부족이다. 정부는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280명, 대한의사협회가 모집한 개원의 550명을 전담병원에 배치할 예정이지만 의료진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
결국 의료체계가 무너질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에 매달린 나머지, 일선 병원들의 다른 응급환자 대응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응급실 내 격리병상의 빈 자리가 없어 속수무책이다. 의료계는 이미 정부 방역조치를 불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과학에 기반한 의견이 수용되지 않고 뒷북 대책만 거듭하면서, ‘K방역’에 자만한 까닭이다. 걷잡을 수 없는 지금의 코로나 확산이 그 결과다.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