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간 갈등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토종 OTT 사업자들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결정이 글로벌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11일 문체부는 OTT 사업자의 음악 저작권료율은 매출액의 1.5%로 결정했다. 음저협이 제출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수정 승인하고 이를 공개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OTT 사업자는 2021년도 관련 매출의 1.5%를 저작권료로 지급해야 한다. 예컨대 내년 매출액이 1억 원인 OTT 사업자의 경우 음악저작물 사용료로 150만 원이 책정된다. 1.5%에서 시작한 요율은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오른다. 사용료는 ‘매출액×1.5%×연차계수×음악저작물관리비율’로 계산된다. 연차계수는 내년에 1.0으로 시작해 2026년에는 1.333까지 단계적으로 올려 최종 요율은 1.9995%가 된다.
내년부터 일괄 적용되는 개정안은 국내외 사업자를 가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음저협와 2018년 2.5% 요율로 계약을 맺은 넷플릭스는 오히려 요율이 낮아지는 이익을 보는 셈이다.
토종 OTT 업계는 문체부의 이 같은 결정에 즉각 ‘행정소송’ 카드를 들고 나왔다. 웨이브 관계자는 행정소송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히며 “웨이브 단독 행정소송이 아닌 OTT 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OTT 음대협) 차원의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웨이브, 왓챠, 티빙 등 국내 OTT 업계는 음악 저작권료 협의를 위해 올해 7월 협의체를 구성했다.
그간 국내 OTT 업계는 현행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규정(요율 0.625% 이하)으로 음악 저작권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저협은 2018년 넷플릭스와 2.5% 국내 음원 이용 대가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2.5%가 글로벌 기준이라고 제시했다. 이에 국내 OTT 업계는 넷플릭스와 국내 OTT 서비스 내용이 다르다고 반박해 왔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의 영상물을 제공하지만 국내 OTT는 지상파·종편의 실시간 방송 및 VOD(방송물 재전송+오리지널)를 함께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다. OTT 업계가 현행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규정인 0.6%를 음악 저작권료로 주장한 이유다.
국내 OTT 업계와 스타트업계는 문체부의 결정이 토종 스타트업계를 옥죄는 규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토종 OTT를 키우겠다고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국내 사업자에게만 불리한 규제를 만들어낸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월트디즈니 OTT인 디즈니플러스도 내년 한국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토종 OTT 업계는 더 긴장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디즈니플러스는 공식 트위터에서 내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현재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하는 아시아 지역은 인도, 일본, 인도네시아뿐이다.
문체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에 상륙하는 디즈니플러스도 매출액의 1.5%를 저작권료로 지급해야 한다. 다만,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하는 콘텐츠는 마블 시리즈 등 월트디즈니의 콘텐츠가 대다수일 전망이다.
이상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10일 열린 한국방송학회 세미나에서 디즈니플너스가 한국에서 국내용 콘텐츠를 만들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의 경우 출발이 플랫폼 사업자였지만, 디즈니플러스는 플랫폼 사업자가 아닌 콘텐츠 사업자에서 시작한 경우”라며 “넷플릭스만큼 한국에서 국내 콘텐츠를 많이 만들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즉, 국내 콘텐츠를 많이 유통하는 사업자는 토종 OTT일 수밖에 없기에 저작권료를 인상할수록 토종 OTT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국내의 다양한 음악 콘텐츠를 유통하는 OTT는 토종 OTT일 확률이 높다”며 “넷플릭스는 이번 결정에 미소 짓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체부가 음저협의 징수규정 개정안을 무슨 근거로 수정 승인했는지 모르겠다”며 “콘텐츠 제작-유통 시장은 맞물려 돌아가는데 흐름이 이렇게 되면 콘텐츠 유통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