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이면 공매도 금지 기간이 종료된다.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고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불만 진화에 나서기 위해 ‘일본식 공매도’ 를 도입할 것이 유력하단 전망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를 국내 증시에 적용하기엔 '시기상조'란 지적이 이어진다.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안에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는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인데 대부분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다. 전체 공매도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공매도 재개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자본시장 시스템의 선진화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에게 공매도를 허용ㆍ확대해도 외국인이나 기관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선 9일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했다. 그러나 공매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일본의 개인공매도는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하는 구조다. 개인이 주식을 쉽기 빌릴 수 있도록 차입 가능 주식 물량을 확대하고, 중앙집중방식으로 실시간 관리하는 방식이다.
일본증권금융은 대주가능종목을 사전에 공시하지만 수량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개인의 신청분이 증권사가 보유한 물량보다 많을 경우 일본증금의 보유분으로 결제하는데 이를 넘어설 경우엔 일본증금이 시장에서 추가로 주식을 차입해 결제를 이행한다.
실제 빌려줄 수 있는 종목수 이상의 공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증금이 리스크를 떠안기 때문에 결제불이행 위험이 현저히 낮아 신속하게 주식을 조달할 수 있다. 일본에선 이 시스템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거래대금 기준 전체 공매도 비중이 2017년 기준 23.5%에 달한다.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해 ‘K-대주시스템’으로 개인 공매도 기회를 확대하겠단 계획이다. 개인의 공매도 대여 가능 금액은 현재 20배인 1조4000억 원 규모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는 일본식 공매도 도입이 국내 증시에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개인들 입장에서 공매도를 하기 쉬워지는 모양새지만 증권 금융이 통합시스템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공매도를 활용하기에는 ‘리스크’가 커 실제 사용 비율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측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확대는 시기상조이며 일본식 공매도는 피해만 더 키울 수 있다”며 “어린 학생을 투기꾼이 판치는 도박장에 입장시키고 능력껏 돈을 가져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시장의 지형이 다르단 지적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 거래대금 4576조 원 중 개인 투자자는 2964조 원으로 전체의 64.8%를 차지한 반면 일본은 외국인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신용거래 활용도 면에서도 일본은 매도거래 중 공매도의 비중이 64.7%에 달했지만 한국은 1% 미만이었다.
다만 저금리 현실에선 개인에게 공매도 확대가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가 늘고 있는데 이는 공매도 투자 수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저금리 시대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는 시기가 또 올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 방법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