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의 1라운드는 일단 화이자의 승리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개발한 백신을 지난 2일 영국 정부로부터 세계 최초로 사용 승인을 받으며 다음 주부터 보급에 나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제약업체 중 가장 먼저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해 10일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이달 셋째 주에 백신 보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FDA가 사용 승인을 낼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모더나도 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화이자에 한발 늦었다. FDA는 17일 모더나 백신의 승인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회의를 연다. 유럽 배급을 위해 유럽의약품청(EMA)에도 조건부 판매 승인을 신청했으나 연내 보급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 밖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가 지난달 3상 임상 결과를 발표했고, 존슨앤드존슨(J&J) 등 후발 업체들도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2라운드는 점유율 경쟁이다. 점유율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결정적 기준은 예방 효과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각각 예방 효과가 95%에 달한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의 백신은 평균 예방 효과가 70%에 그쳤다. 투약 방법을 1회 접종 시 절반으로, 2회 접종 시 전체 투여로 바꾸면 예방 효과가 90%로 오르긴 하지만 달라지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주가로 증명됐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바이오엔테크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주가는 최근 1개월간 29% 상승했다. 모더나의 주가는 2배 이상 올랐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의 주가는 한 달 새 4% 하락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가치를 둘러싼 중요한 질문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다. 우선 백신 공급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미국 연방정부는 긴급사용이 승인되는 대로 24시간 이내에 640만 회분의 백신을 배포한다. 1인당 2회 접종하기 때문에 320만 명분이다. 우선 접종 대상자인 의료 종사자만 해도 2000만 명이라 물량이 부족하다.
화이자는 내년 말까지 13억 회분을 생산하기로 했고, 모더나는 5억~10억 회분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말까지 10억 명이 보급받을 수 있는 것인데 그때쯤이면 다른 제약사에서도 백신을 내놓는다. J&J은 내년 1월 임시 데이터를 발표하고, 2월 사용 승인을 목표로 잡았다.
게다가 다른 백신은 화이자보다 보관이 수월하다. 화이자의 가장 큰 약점은 영하 70℃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점이다. 표준 냉장 온도인 2~8℃에서는 5일밖에 보관할 수 없다. 반면 모더나는 30일, 아스트라제네카는 6개월간 보관할 수 있다. 일선 병원과 약국에 초저온 냉동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이자가 불리한 상황이다.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할지 불분명한 것도 문제다. 효과가 장기간 지속한다면 좋겠지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화이자와 모더나 모두 7월 말에 임상에 착수해 추적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탓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을 맞으면 얼마나 오래갈지 데이터를 얻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연구책임자는 “면역 효과가 몇 달에서 몇 년간 지속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면역 효과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해야 백신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에는 매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아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