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값이 정치권의 행정도시 완성론을 등에 업고 올 들어 40% 넘게 폭등했다.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 아파트값을 넘어서는 단지도 나왔다. 일부 전문가는 세종시가 ‘충청권의 강남’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도 내놨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41% 상승했다.
전셋값은 이보다 더 높은 50.77% 뛰었다.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이 5.84%, 6.29% 오른 것과 비교하면 각각 7배, 8배 넘는 상승률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 넘게 빠졌던 세종시 아파트값이 올해 반전한 건 여당이 7월 국회 이전을 거론한 영향이 컸다. 서울 집중이 불러온 주택, 교통 등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로 꺼내 든 것이었다.
그달 세종시의 올해 누적 집값 상승률은 이미 20%를 넘어섰다. 입주 물량 감소와 정부부처 이전으로 인한 인구 유입, 교통여건 개선 등으로 집값이 반등하던 시점에 정부가 기름을 퍼부은 셈이다. 6·17대책에서 비규제지역이었던 대전과 청주가 규제지역으로 묶인 뒤 세종으로 분 역(逆)풍선효과도 한몫했다. 시장에선 정부 정책이 세종 일대 집값을 들쑤신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집값 급등세에 세종시의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1733만 원으로 치솟았다. 첫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2011년 당시 3.3㎡당 475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9년간 4배 가까이 뛰었다. 세종과 대전(1099만 원)의 3.3㎡당 아파트값 격차도 역대 최대 수준인 634만 원까지 벌어졌다.
실제 세종시 아파트값은 연초 대비 수억 원씩 뛰었다. 도담동 도램마을14단지 전용 99.986㎡형은 10월 12억8000만 원에 거래되며 연초 거래가격(8억 원 안팎) 대비 5억 원 가까이 급등했다. 현재 동일 면적의 호가는 최고 15억 원 수준이다. 고운동 가락마을9단지 전용 84㎡형은 10월 초 6억1500만 원에 거래됐다. 연초 거래가격(3억 원 안팎)과 비교하면 2배가량 뛰었다. 7월 9억2000만 원에 거래된 새뜸마을 10단지 전용 84㎡형의 최근 호가는 최고 13억 원에 달한다. 2000년 초중반에 조성된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단지들의 동일 면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세종시 집값의 비정상적 급등에 주변 지역 집값도 들썩였다. 세종 바로 옆 소도시인 충남 공주는 올해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8.72%에 달한다. 계룡과 천안도 각각 10.75%, 8.02%로 강세였다. 전국 집값이 상승장인 데다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세종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주변 지역들까지 덩달아 뛰는 낙수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대전과 청주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며 나타난 풍선효과도 감지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수도권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냈지만 세종은 물론 그 주변 집값만 과열시키는 부작용을 낳은 셈”이라며 “저금리 장기화와 넘치는 유동성, 세종시 일대에 한정된 주택 공급 등으로 집값 상승세가 쉽게 가라앉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