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겉으로는 개혁의 움직임이 주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개혁은 과거처럼 논쟁에 머물지 않고 더디지만 한 걸음씩 나아갔다.
검찰 개혁은 이제 마지막 퍼즐 조각을 남겨두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두 갈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다. 이 중 검경 수사권 조정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처음 이뤄졌다.
하지만 공수처 출범은 앞길이 깜깜하다. 초대 처장 후보 선정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몇 달째 정쟁만 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는 기관을 별도로 설치하는 공수처 설립 논의는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의 부패방지법 발의부터 시작됐다. 1998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공수처의 필요성은 20여 년 동안 제기됐다.
공수처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ㆍ기소권ㆍ공소유지권을 가져와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내용의 공수처 설치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공수처 출범은 막막하기만 하다. 초대 공수처장 후보 선정 문제를 두고 여야는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의 발목잡기로 정국이 꽉 막힌 가운데 공수처 출범을 위한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4차 회의까지 열었지만 ‘검찰’ 출신 후보 2명을 선정해야 한다는 야당 측 위원 주장과 그 외 다수 추천위원이 ‘검찰과 비검찰’ 출신으로 후보군을 구성하자는 요구가 맞서 무산됐다.
현행 공수처법상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7명의 위원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있다. 야당 측 위원 2명이 모두 찬성하지 않으면 대통령에게 요청할 최종 후보(2명)를 고를 수 없는 구조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비토권 삭제를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의결정족수를 추천위원 3분의 2 이상, 다시 말해 추천위원 7명 중 5명 수준으로 조정하는 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 의원이 불출석한 채 여당 단독으로 법안 심사를 진행했다. 여야가 법사위에서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공수처법 개정안 단독 처리 수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당의 단독 처리 움직임에 정의당이 반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논의되더라도 중립성과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정부와 여당이 사실상 지명권을 가진 공수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시행령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검찰청법 시행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구체화했다. 검찰은 △4급 이상 공직자 △3000만 원 이상의 뇌물 범죄 △5억 원 이상의 사기ㆍ횡령ㆍ배임 등 경제 범죄 △5000만 원 이상의 알선수재ㆍ배임수증재ㆍ정치자금 범죄 등을 직접 수사한다.
형사소송법 시행령(검사와 사법 경찰관의 상호 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은 검찰과 경찰이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 등에 협력하도록 했다. 경찰에 수사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검찰이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 통제장치를 마련했다. 다만 재수사 요청과 불송치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의 재수사 요청은 원칙적으로 한 번만 가능하도록 했다.
심야 조사나 장기간 조사 제한, 변호인 조력권 보장, 별건 수사 금지, 내사단계 소환조사 및 영장청구 제한, 사건과 무관한 전자정보 삭제 의무화 등 인권 및 적법절차 보장 확대 규정도 수사준칙에 담겼다. 검사가 작성하는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 규정은 즉시 시행하면 실무상 혼란이나 범죄 대응 역량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어 2022년부터 시행한다.
검찰도 자체적으로 개혁에 손을 보탰다. 특수부 축소와 외부기관 파견검사 복귀, 공개소환 전면 폐지에 이어서 밤 9시 이후 심야 조사를 폐지했다. 법무부 산하 법무ㆍ검찰 개혁위원회도 특수부 출신 등의 검찰 승진을 해소하기 위해 검사장 등 기관장을 형사·공판부 검사 중심으로 임용할 것을 권고하는 등 검찰 개혁에 앞장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