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일 선보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는 다양한 특장점과 새로운 고속화 모터, 배터리 시스템 등을 갖췄다.
E-GMP는 모듈화와 표준화 개념을 도입해 제품 기획단계부터 복잡성을 줄이면서도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과 차급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세단, CUV, SUV부터 고성능, 고효율 모델까지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차량을 신속하게 선보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빠른 가속력과 역동적인 승차감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고성능 모델은 3.5초 이내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최고 속도 260km/h 구현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던 엔진이 사라진 공간에 상대적으로 가벼워진 구동 모터를 배치하고, 배터리를 하단에 낮게 위치해 이상적인 중량 배분으로 뛰어난 선회 성능과 안정적인 고속주행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E-GMP는 고속화 모터를 얹어 구동 성능을 대폭 끌어올렸고, 중대형 차량에 주로 적용하던 후륜 5 링크 서스펜션과 세계 최초로 양산 적용되는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로 승차감과 조향 성능도 크게 높였다.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은 모터에서 나온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축인 ‘드라이브 샤프트(Drive Shaft)’와 이를 바퀴에 연결하는 ‘휠 베어링(Wheel Bearing)’을 하나로 통합해 강성은 높이고, 중량은 낮추는 기술이다. 차량의 승차감과 조향 능력을 향상하고, 소음과 진동을 낮춰준다.
배터리와 모터, 차체와 섀시 구조에 이르기까지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해 최적화한 설계를 바탕으로 탄생한 E-GMP는 탑승객과 배터리 안전을 위한 신기술을 다양하게 적용했다.
먼저, 차량 전방의 충돌 에너지 흡수구간은 차체와 섀시 등 구조물의 효과적인 변형을 유도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대시보드 앞부분인 하중 지지구간은 보강구조로 PE 시스템과 고전압 배터리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했다. 또, 차량 하단 고전압 배터리의 보호 구간은 초고장력 강으로 충돌 안전성을 높였다.
탑승객 보호 공간인 승객실은 변형을 억제하기 위해 A필라에 하중 분산구조를 적용하고 배터리 전방과 주변부에는 핫스탬핑 부재를 보강했다. 배터리 케이스의 중앙부도 차체에 견고하게 밀착해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E-GMP는 미래전동화 모빌리티에 적합한 혁신적인 디자인과 공간도 제공한다. 짧은 오버행(차량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 길어진 휠베이스(앞 바퀴와 뒷 바퀴 차축간의 거리)로 개성 있는 디자인이 가능하며 얇아진 콕핏(운전석의 대시보드 부품 모듈)은 탑승공간을 넓혔다. 길어진 휠베이스는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내연기관 플랫폼에서는 필수적이었던 차체 바닥의 센터 터널을 없애고 배터리를 중앙 하단에 배치하면서 실내 바닥이 편평해져 공간 활용성이 극대화됐다. 후석 승객 공간이 넓어졌고, 차종에 따라 다양한 전후 시트 배치도 가능하다.
E-GMP에는 차세대 전기차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모터와 감속기, 전력변환을 위한 인버터와 배터리 등의 신규 PE 시스템이 적용된다.
E-GMP의 PE 시스템은 넓은 공간 확보와 중량 절감을 위해 크기와 무게를 줄였고 부품 간 에너지 전달 손실을 낮춰 성능과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800V 고전압 시스템으로 충전 시간도 대폭 단축했다.
먼저, 구동에 필요한 모터, 동력을 차량에 필요한 토크와 속도로 변환해 전달하는 감속기, 그리고 전력을 변환해 모터의 토크를 제어하는 인버터를 일체화했다. 또한, 모터의 최고 속도를 기존 대비 30~70% 높이고, 감속비를 33% 높여 모터 크기를 줄이고 경량화를 통한 효율 개선까지 실현했다.
E-GMP는 차급과 주행거리, 고객의 생활 방식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전기차에 최적화한 표준화 배터리 시스템을 사용했다.
E-GMP를 바탕으로 개발되는 모든 차량에는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 셀로 구성된 단일 배터리 모듈이 탑재되며, 이러한 표준화 모듈을 바탕으로 기본형과 항속형 등 모듈 탑재 개수에 따라 다양한 배터리 팩 구성이 가능하다.
후륜 모터시스템의 인버터 파워모듈에는 기존의 실리콘(Si) 전력 반도체 대비 성능이 뛰어난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 반도체를 적용해 효율은 2~3%, 주행거리는 5% 내외로 향상시킴으로써 같은 양의 배터리로 더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SiC 전력 반도체는 탄화규소를 이용해 전력을 변환, 처리, 제어하는 전력 반도체로, 기존에 사용하던 실리콘(Si) 전력 반도체보다 강도와 열전도율이 높고, 에너지 손실량이 적어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E-GMP는 후륜 구동 2WD 방식이 기본이며 트림에 따라 전륜 모터를 추가해 4WD 구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전기차 최초로 모터와 구동축을 주행상황에 따라 분리하거나 연결할 수 있는 ‘감속기 디스커넥터(동력 분리장치)’를 갖춰 2WD와 4WD 구동 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해 효율적인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E-GMP는 충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과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400V/800V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이 적용됐다.
아직 국내외 대다수 급속 충전 인프라는 400V 충전 시스템을 갖춘 50~150kW급 충전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빠른 충전을 위해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갖춘 350kW급 초고속 충전 인프라가 설치되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추세에 맞춰 한국도로공사와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 구축 협약’을 맺고 전국 12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350kW급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초고속 충전기 인프라를 빠르게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업체 아이오니티(IONITY)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아이오니티는 유럽 전역에 308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고, 건설 중인 51개소를 포함해 2022년까지 총 400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E-GMP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초고속 충전기로 충전 시 18분 내 80%까지 충전할 수 있으며, 1회 완충으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5분의 충전만으로도 약 100㎞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더불어 기존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 전기차는 시장 보급률이 높은 400V 충전 시스템 급속충전 인프라를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부품이 필요했지만, E-GMP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 별도의 부품 없이 초고속 충전기와 기존 급속충전기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을 갖췄다.
이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E-GMP에 적용된 특허 기술로 차량의 구동용 모터와 인버터를 활용해 인프라에서 공급되는 400V 전압을 차량 시스템에 최적화된 800V로 승압해 안정적인 충전 호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지금까지의 전기차는 OBC(On Board Charger)를 이용해 외부에서 차량 내부로의 단방향 전기 충전만 가능했다.
E-GMP는 이를 보완해 통합 충전 시스템(ICCU)과 차량 충전관리 시스템(VCMS)을 통해 별도의 추가 장치 없이도 일반 전원(110V/220V)을 차량 외부로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갖췄다.
새롭게 개발한 V2L 기술은 일반주택의 공급 계약전력인 3kW보다 큰 3.5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배터리 용량에 따라 17평형 에어컨과 55인치 TV를 동시에 약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
마치 커다란 보조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E-GMP의 V2L 기능은 야외활동이나 캠핑 장소에서 전자제품을 작동하는 데 사용하거나,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