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쥐락펴락 ‘검은머리 외국인’]②역사의 현장엔 ‘검은머리 외국인’이 있었다

입력 2020-11-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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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머니’ 스틸 컷
▲영화 ‘블랙머니’ 스틸 컷
▲영화 ‘작전’ 스틸컷
▲영화 ‘작전’ 스틸컷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한국경제는 우리가 움직인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블랙머니’ 속 모피아의 우두머리인 이광조(이경영)전 총리가 한 대사다. 모피아라 불리는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 일부 경제 관료들과 은행 고위층들은 론스타의 비극을 주도한 ‘검은 머리의 외국인’이다.

머리는 검은 한국인이지만 외국 자본을 위한 외국인이라는 의미에서 ‘검은 머리의 외국인’이라고 칭해지는 사람들은 영화 속 대사처럼 편법을 이용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1조3884억 원)에 매수한 뒤 2012년 매각하는 과정에서 4조7000억 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게 도우며 자신들의 이익을 채웠다. 이들은 다양한 정권을 거쳐오면서도 누구도 죗값을 치루지 않고 호의호식하며 지내고 있다.

2012년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키면서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ISDS 소송을 냈다. 청구액만 46억8000만달러(약 5조5500억 원)로 한국 정부에 제기된 ISDS 중 가장 큰 규모다. 정부가 패소하게 되면 론스타에 국민 세금으로 이 금액을 물어줘야 할 처지다.

이번 국감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한 론스타 사건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일반적으로 봤을 때 이상한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주장해 온 경제민주주의21,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는 여전히 여야 정치권은 론스타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야 합의라는 미명 하에 론스타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관련자의 증인 채택을 무산시켰고, 참고인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의 채택도 반대했다. 또 금융위원회는 국회에 배포한 비공식 자료를 통해 ‘협조’라는 단어로 론스타 문제는 거론하지 말라는 취지의 주장을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그동안 비밀주의로 일관해 ISDS를 깜깜이로 진행시키고 있어 국민들의 알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되는 것은 물론 자칫 국민들은 영문도 정확히 모른 채 돈만 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며 론스타 사태의 진상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정부 ISDS 대응 방식의 적절성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론스타 사건 대응을 위해 법무부는 8월 법무부 법무실 산하에 ‘국제투자분쟁(ISDS)’ 조직을 신설했고, 검찰도 고발장 접수 10개월여 만인 지난달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과 관련해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등 금융당국자들이 고발된 사건에 대한 첫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론스타 사태 관련 마이클 톰슨·스티븐 리·엘리스 쇼트 등의 범죄인인도청구를 했다”며 “2006년 수사 당시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철저한 재수사를 위해서는 범죄인인도가 꼭 이행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사무국장은 “검은머리 외국인의 조력을 통한 또다른 론스타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행위들이 일어나지 않게 규제를 강화하고 두번째로는 처벌이 강화되어야한다”며 “(론스타 사건) 당시 로비했던 사람들이나 로비대상이었던 사람들에 대한 강도높은 처벌이 있어야 다시는 이런일이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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