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아파트값이 잡히지 않자 주택 수요자들이 아파트보다 저렴한 다세대와 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3개월째 다세대와 연립주택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추월하는 현상이 계속됐다.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총 4590건으로 지난달(4012건)과 비교해 14.4%(578건) 증가했다.
구별로는 은평구(482건·10.5%)와 강서구(420건·9.2%) 등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많았다. 이어 양천구(364건·7.9%)와 강북구(360건·7.8%), 강동구(261건·5.7%), 중랑구(235건·5.1%), 송파구(232건·5.1%)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올해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올해 1∼5월 5000건 이하였다. 하지만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 바람이 거셌던 7월 7287건으로 2008년 4월(7686건) 이후 1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030세대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8월 4219건, 9월 4012건으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지난달 4590건으로 반등했다.
통상 아파트 거래량은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보다 월간 기준으로 2∼3배까지 많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거래 절벽’ 현상이 계속되고 다세대·연립주택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거래량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올해 들어 4월을 제외하면 모두 아파트 거래량에 뒤졌는데, 9월 4012건으로 아파트 거래량(3767건)을 처음 앞질렀다. 10월도 4590건으로 아파트(4339건)보다 많았다. 11월도 신고 기간이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1809건)은 아파트(1725건)를 앞질렀다.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증가는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함께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A 공인 대표는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이 억 원 단위로 오르면서 예산이 빠듯한 신혼부부들은 역세권 신축 빌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린 투자 수요도 있다. 대출규제를 골자로 한 6·17 대책에서 정부는 규제지역의 3억 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다세대·연립주택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여전히 전세 대출을 통한 ‘갭투자’가 가능한 셈이다.
다주택자 세금부담을 강화한 7·10 대책에서는 주택 임대사업 등록제도를 대폭 손질하면서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 오피스텔 등은 세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세금 부담도 적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까지 계속 강세를 보이고 아파트 전세난이 계속되자 이에 지친 실수요자 일부가 다세대·연립주택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다세대·연립은 아파트처럼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갈아타기를 위해 매도를 고민할 때 시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