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법정기구로 관리해야”
은행연합회의 모호한 정체성은 해묵은 논제다. 은행들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는 철저한 이익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은행들이 금융지주화 되면서 은행연합회의 정체성이 모호해진데다, 차리리 법정기구로써 자율규제권을 갖는 게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은행권은 이미 자체적인 심의 인력이나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자율규제 필요성이 낮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카드, 보헙업권, 대부업권과 달리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가 거의 없지 않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금융광고는 TV와 신문 등 전통적인 방식은 물론이고 각종 SNS 채널을 통해 이뤄지는 광고까지 포함하는데, 새로운 채널에 대한 감독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이 선보인 ‘내돈 관리의 끝판왕’ 유튜브 광고를 지적한 바 있다. 해당 광고는 금융권 최초로 누아르 영화의 형식을 차용했는데, 소비자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다만 이 역시도 감독원이 직접적으로 중단시키긴 어려워 임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코 은행협의체에서도 은행연합회는 다른 업권의 협회와는 다른 역할을 했다. 금감원은 연합회가 업계를 대표해 나서주길 바랐지만, 은행연합회는 끝끝내 뒷짐만 졌다. 이 역시도 은행들의 이익을 위한 단체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연합회가 은행업계의 입법창구나 대외창구, 때론 불편을 대신해주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뒤로 빠져만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금감원은 은행연합회를 자율규제권을 갖는 법정기구로 둬 관리감독을 용이하게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법 개정이 필요해 당국은 물론이고 국회까지 공감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 “금감원 입장에서는 다른 협회는 검사나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은행연합회는 그게 어려워 원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라며 “은행연합회는 금융위원회가 관여하고 있고, 수장으로도 금감원장 버금가는 거물이 거론되는 등 세력이 비대해져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