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된 항공시장 재편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산업은행도 저비용항공사(LCC)의 단계적 통합을 공식화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고려했을 때 항공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32년 동안 복수 대형항공사 체제를 유지했던 우리나라와 달리 인구가 많은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의 대형항공사는 하나에 불과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항공사는 9개인데 미국도 9개”라며 “소비자들은 좋을 수 있지만 (이 체제는) 오래 못 간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머뭇거리는 사이 해외 항공업 구조조정은 최근까지도 활발히 이뤄졌다.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2000년 이후 스위스항공, 오스트리아항공, 브뤼셀항공을 차례로 사들였다. 2017년에는 독일 2위 항공사인 에어베를린도 인수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1 국가 1 국적 항공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소비자로서는 독과점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두 항공사가 공급했던 노선을 하나로 묶게 되면서 효율성이 늘어나는 등 소비자들에게 갈 이익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 비용도 대한항공이 크게 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국제선의 경우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 등 여러 경쟁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시장 재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날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LCC 자회사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단계적으로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LCC 3사(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단계적 통합으로 국내 LCC 시장 재편과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한 세컨드 허브 구축 및 통합 후 여유 기재를 활용한 지방공항 출도착 노선 확장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국내선 점유율은 42.2%에 에어서울ㆍ에어부산ㆍ진에어 등까지 합치면 62.5%에 달한다. 이에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계열사 간 통폐합 과정은 필수적이라는 관측이 앞서 제기됐다.
통합 LCC가 등장하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신규 LCC 등 타 LCC는 자연적으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들은 대부분 노선이 겹치는 데다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 여파로 적자가 지속하면서 모회사 지원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상태다. 최근에는 국내선에서 ‘출혈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 연결기준 제주항공은 영업손실 701억 원을, 티웨이항공은 영업손실 311억 원을 냈다.
이미 업계에서 도태된 항공사도 나타나고 있다. 제주항공과 인수합병이 결렬된 이스타항공은 아직도 투자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비행기를 띄운 플라이강원은 코로나19로 위기 겪고 있다.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는 아직 운항증명(AOC)조차 받지 못했다
산은은 "항공사의 M&A가 자발적으로 진행된다면 항공산업 발전 차원에서 원만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