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취할 정책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이며,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이다. 워낙 불확실성이 커서 “예측가능한 것은 오로지 그의 예측불가능성뿐”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난감했던 경험을 상기해보면 이 문제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된다. 민주당의 정강정책과 대선 공약을 참고하여 바이든의 정책을 정리하면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 둘째 다자협력체제의 복원, 그리고 친환경, 노동, 인권 등 가치의 실현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메르켈 총리, 마크롱 대통령 등 유럽 정상과 통화할 때 제일성이 “미국이 돌아왔다”라고 한다. 우리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동아시아의 ‘핵심축’(linchpin)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이 유럽 등 동맹과 협력하여 중국 및 러시아에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트럼프 시대에 극명히 드러난 중국-러시아-북한연합을 동맹을 복원하여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동맹의 강조는 그간의 애매한 전략적 모호성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고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다자체제의 복원은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으로 들린다.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에 불공정하게 혜택을 부여하여 성장시킨 기구라고 비난하며 상소기구 위원 임명을 반대하는 등 무력화를 시도해왔던 미국, 이에 따라 무역확장법 232조와 종합통상법 301조의 일방주의로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와 유럽에 통상 제재를 가했던 미국이 다자체제로 돌아오겠다는 것은 무역으로 경제를 일으켜온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실질적으로 어떤 조치를 통하여 복원하는가이다. 중국을 향한 ‘보조금 규정’의 강화는 조선산업 등 이 조항을 근거로 피소받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환경 분야이다. 향후 4년간 2조 달러를 친환경 인프라 등에 투입하겠다는 공약이다. 취임 후 바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고, 2025년까지 탄소조정세(CAF)를 도입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연합(EU)이 제안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와 함께 우리를 포함한 신흥국들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 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정강의 기조를 이루고 있는 노동 및 인권의 ‘가치로서의 중시’는 미국이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 때와 같이 강화된 환경 및 노동조항을 삽입하자고 주장할 수 있다.
동맹관계를 무시하고 경제적 이해득실만으로 상대를 대해왔던 트럼프 시대와 달리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여 통상제재를 자제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는 확실히 미국의 동맹국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주장하고 있는 다자원칙과 자유무역을 천명함으로써 보복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미국이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같은 경제동맹에의 참여를 압박해올 때, 중국에게는 15일 타결을 선언한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우리도 포함되어 있음을 상기하여 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