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상장(IPO) 대어로 꼽혔던 빅히트의 주가가 상장 이후 연일 내리막을 그리면서, 모든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적정주가) 이하로 이탈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빅히트의 부진에 16만 원에서 38만 원까지 낙관적인 목표주가를 제시했던 증권사들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상장한 빅히트의 주가가 약세가 이어지면서 모든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밑으로 이탈했다.
목표주가 최저가는 메리츠증권이 제시한 16만 원이었는데, 빅히트의 주가는 14만 원대로 1만 원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장 첫날 12조 원 수준까지 증가했던 시가총액은 4조 원대로 급감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매수'를 추천한 것과 달리, 기관과 외국인들은 빅히트를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은 상장 이후 총 928억 원(2일 오전 기준)어치, 외국인은 81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이 시장에 푼 물량은 개인들이 받아냈다. 개인들은 총 481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빅히트는 상장 이후 단 이틀 밖에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는 주요 주주들이 계속 물량을 팔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주주로 등록돼 있는 메인스톤 유한회사는 상장 첫날부터 5일 간 120만769주를 장내 매도했다. 메인스톤의 특별관계자인 이스톤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도 같은 기간 38만1112주를 팔았다. 금액으로는 총 3644억 원(158만1881주)으로 평균 매도 단가는 약 23만 원이었다. 다른 주요 주주인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 사모투자 합자회사도 첫날 19만6177주를 장내 매도했다. 평균 매도 단가는 약 31만3000원으로 매도 금액은 614억 원 규모였다.
문제는 지난달 30일부터 기관 의무보유 확약(보호예수) 물량 20만여 주를 시작으로 물량 공세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3일 5대 주주인 웰블링크(중국 벤처캐피털 레전드캐피털)는 상환전환우선주 177만7568주를 보통주를 전환하고, 절반인 88만8784주를 현금화하기로 했다. 나머지 절반은 내년 4월 14일까지 자발적인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했다. 이달 14일엔 총 의무보유확약 물량의 30.88%에 해당하는 132만2416주가 해제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상장 대어로 지목됐던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수차례 의모보유확약 물량이 풀린 후에도 공모가의 1.5~2배 이상을 유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앞으로 시장에 추가로 공급되는 물량이 악재로 지목되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레전드캐피탈이 보유한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이 확인됨에 따라 3일 88만8784주가 즉시 출회 가능하다"며 "기존 잔여물량(재무적투자자 지분 중 출회가능물량)이 217만주 가량으로 추산되던 상황에서 오버행(주식시장에서 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물량 주식)은 약 306만주(지분율 8.6%)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기업평가 공정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증권사들의 평가는 공정성이나 시장의 제대로 된 평가 기능이 존재하지 않고, 장미빛 기대에 기초한 거품 가격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자의적"이라며 "시장의 연구기관이 됐든 증권사가 됐든 자본시장의 기관이 시장의 바로미터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