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 자료에서 지난달 실업률이 3.6%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p)나 높아졌다. 외환위기 때인 2000년 9월(4.0%)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나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의 고용시장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일자리 위기가 증폭되는 모습이다.
9월 실업자는 100만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만6000명(13.1%) 늘었다. 심각한 문제는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고 사실상 실업상태인 인구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별 이유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그냥 쉬는’ 인구와,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가 크게 늘었다. 이들은 비경제활동 인구로 실업률 계산에서 빠진다.
9월 ‘쉬었음’ 인구가 241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28만8000명(13.6%) 증가했다.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고치다. 구직단념자도 64만5000명으로 2014년 이후 가장 많다. 게다가 통계적으로 취업자인데 실제로는 실업자인 ‘일시 휴직자’도 9월 78만9000명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갑절이 늘어나 1982년 이래 가장 많다. 이들은 직장의 조업중단 등으로 잠시 일을 쉬는 상태이지만, 6개월 이후 복귀하지 못하면 실업자로 전락한다. ‘실업대란’의 뇌관이다.
모든 고용지표가 최악이다. 9월에도 60세 이상(41만9000명) 말고, 모든 연령층의 일자리가 대폭 줄었다. 15∼29세 청년층은 -21만8000명, 30대 -28만4000명, 40대 -17만6000명, 50대 -13만3000명이었다. 주력 생산계층 취업은 감소하고,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만드는 노인일자리로 고용 숫자를 지탱하는 형국이다. 생산계층 일자리의 숫자는 외환위기 때인 20여년 전보다 더 나쁘고, 고용의 질도 엉망이다.
정부는 10월 고용이 회복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돼 소비가 늘어나고 고용시장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이달 말부터 국민들에게 외식·전시·관광·농수산물 등 ‘8대 소비쿠폰’도 배포한다. 11월 1일부터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소비 촉진 행사도 진행한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지금 고용의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고용시장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고용 주체인 기업활력의 쇠퇴로 한국 경제가 안으로부터 곪아 들어가는 구조적 위기가 고용절벽을 불러온 근본 원인이다.
정부가 재정을 퍼부어 고용을 떠받치는 것은 금세 한계에 부딪힌다. 민간기업이 계속 투자를 늘리지 못하면 일자리가 줄고, 모든 근로자들의 임금 하락, 가계소득 감소, 소비 위축과 경기 후퇴로 이어진다. 코로나를 탓하고 재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만 말고, 기업과 시장에서 일자리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