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고체배터리 연구도 진행 중
리우 회장 “2025~2027년까지 시장점유율 10% 확보가 목표”
애플 아이폰을 조립하는 업체로 유명한 대만 위탁생산업체 폭스콘테크놀로지가 전기차 조립 플랫폼을 선보였다. 높은 애플 의존도와 기타 사업의 부진 등을 타개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의 하나로,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 달성이 목표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폭스콘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기차 제조 지원용 플랫폼(MIH 오픈 플랫폼) 개발 계획과 고체 배터리 연구 소식을 발표했다. 윌리엄 웨이 폭스콘 임원은 구글의 오픈소스 OS인 ‘안드로이드’를 표방해 전기차 업계의 안드로이드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드로이드가 세계 1위 OS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오픈소스였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이미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이를 수정·보완해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애플의 iOS는 아이폰에만 사용할 수 있고, 애플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
안드로이드와 같은 맥락으로 폭스콘은 모든 전기차에 맞는 조립 플랫폼을 제공하는 한편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부터 세단까지 차체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으며 바퀴의 거리나 배터리 크기 등을 자사 기준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폭스콘은 자사 플랫폼을 ‘모듈러’라고 소개했는데, 이는 일부 부품이 교체되거나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차체 조립뿐만 아니라 개발자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제공된다. 이 중 일부는 운행 조정 등 미션 크리티컬(업무 수행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기능과 무인주행 기능에 관련된 것이다. 리우 영 폭스콘 회장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가 약 3000만 대로 예상되는 2025~2027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즉, 자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 300만 대가 도로 위를 다니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앨리드마켓리서치는 전기차 시장이 2027년까지 8000억 달러(약 917조 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어 리우 회장은 “자체적으로 자동차 브랜드를 만들 생각은 없다”며 “11월 중에 전기차 생산을 위한 합작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폭스콘은 현재 대만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위룽그룹과 손잡고 전기차 생산 제휴를 맺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합작회사 설립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내년 초 설립 계획이 공식화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폭스콘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차세대 버전인 고체 배터리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고체 배터리는 현재 사용 중인 리튬이온보다 효율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CNBC는 “폭스콘이 자동차에 필요한 거의 모든 요소를 다루려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리 샤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2025년 이후는 고체 배터리 분야를 마스터한 업체가 전기차 업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스콘의 사업 다각화 전략은 스마트폰 제조 부문의 이익 감소와 높은 애플 의존도에서 비롯됐다. 올해 1분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 급감하며 2000년대 들어 최악의 기록을 세웠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어들었다. 폭스콘의 매출에서 애플이 자치하는 비율은 절반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