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상속] ‘효도 사기’ 피하는 법

입력 2020-10-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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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들은 고령의 자산가 이야기다. 그에게는 여러 명의 자식이 있는데 모두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다. 이 자산가는 주말마다 자식들을 집으로 불러 밥을 먹는데, 자식들이 모두 가족들까지 데리고 와서 밥을 먹는다고 한다. 주말에 약속도 있을 것이고 쉬고 싶을 텐데 자식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부모님이 아직 재산을 나눠 주지 않았고, 혹 부모님 눈 밖에 나면 재산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산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효도하는 자식에게 물려주겠다고 하면 자식들이 서로 효도를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죽을 때까지 재산 정리를 하지 않으면 죽은 다음 자식들 사이에 상속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세금도 더 많이 내게 된다.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재산을 미리 다 나눠줘 버리면 노년에 생활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한 자식이나 매달 생활비도 주고 효도하겠다고 하는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렇게 재산을 받은 자식이 약속대로 부모님을 잘 모시고 효도를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효도하겠다고 재산을 받은 다음 연락을 끊어 버리거나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효도 사기’를 당한 경우다.

효도하겠다고 재산까지 받았으면서 부모님 부양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 이런 일이 꽤 많다. 이런 문제로 필자도 소송을 여러 건 해봤고 상담도 종종 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불효자방지법’이라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이번 국회에도 법안이 제출된 것을 보더라도 효도 사기의 문제가 이제는 사회 문제가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법으로는 효도 사기가 있더라도 재산을 돌려받기 쉽지 않다. 민법에서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때로부터 6개월 안에 해제해야 하고, 실제 이행이 되기 전까지만 해제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자식에게 부동산을 증여하기로 한 다음 등기 이전을 해주기 전까지만 해제할 수 있고, 등기 이전을 해주고 나면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해제를 할 수 없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불효자방지법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서 증여가 이행된 다음에도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를 해제하고 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으로 불효자방지법이 생기면 효도 사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필자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양 의무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이 때문에 오히려 분쟁의 소지만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100억 원짜리 부동산을 부모님으로부터 증여받은 다음 매월 생활비로 100만 원을 보내드린다면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증여의 조건으로 자식이 이행해야 하는 부양 의무의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매월 100만 원을 주기로 한다든지, 증여받은 재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든지 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해두면 이 조건을 위반했을 때 어렵지 않게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

최근 활용도가 늘어나고 있는 신탁도 좋은 방법이다. 유언대용신탁이라는 신탁을 활용해서 금융기관 같은 곳에 재산을 신탁해 두고 본인이 살아 있을 때는 신탁한 재산에서 나온 수익을 본인이 사용하고, 본인이 사망한 다음에 자식이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가족에게 재산을 물려주는데 계약서를 꼼꼼하고 자세히 작성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나중에 생길 수 있는 어려움을 막을 수 있다. 사람보다는 제도나 계약서를 믿어야 분쟁을 방지하고 신뢰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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