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기업인 10명 중 6명은 한국 경제가 내년 3분기는 지나야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향후 경제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 10명 중 6명은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이 0%대 이하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내년에도 0%대 성장에 머무는 늘어진 나이키형 성장 곡선을 전망한 셈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내년에도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대외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최근에도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위챗에 대한 제재 등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신냉전’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미중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크고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전자 분야 글로벌 밸류체인(공급망)이 많아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아울러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기업인 모두 부정적이었지만, 전문가 10명 중 6명은 못하거나 아주 못하고 있다며 더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이투데이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경제전문가·기업인 3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0%는 적어도 ‘내년 3분기’가 지나야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내년 2분기’ 24.1%, ‘내년 1분기’ 10.6%라고 답했다. ‘현재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내년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0%대 이하’라는 응답이 60.2%로 가장 많았다. 이어 ‘1%대’는 22.6%, ‘2%대’는 13.1% 순이었다. 극소수인 4.1%만이 ‘3%대 이상’이라 답했다. 다만 기업인들은 ‘0%대 이하’가 64.5%로 전문가 49.5%보다 더 많았다.
이 같은 평가는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을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3.5%),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3.1%), 한국은행(2.8%)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부 등에서 기대하는 기술적 반등마저 힘들 것으로 본 셈으로 그만큼 현장에서는 내년 경제 상황을 더 어렵게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코로나19를 제외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추가 성장동력 부재(29.8%)’가 가장 많이 꼽혔다.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한국판 뉴딜을 빼들었지만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정권 초기도 아니고 1년 반 남은 상황에서는 동력이 상실돼 한국판 뉴딜로는 성장동력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성장동력 부재에 이어 ‘각종 규제(23.6%)’, ‘가계 부채(20.1%)’, ‘소득 양극화(14.1%)’, ‘정치 리스크(11.0%)’ 순으로 꼽았다.
가장 큰 대외 불안 요인은 ‘미-중 무역 분쟁’이라는 응답이 54.4%로 절반이 넘었다. 이어 ‘미국 대선(28.3%)’, ‘신흥국 금융위기(11.3%)’, ‘일본 수출규제(4.5%)’ 순이었다. 올해 말 예정인 미국 대선은 세계화와 교역을 통해 성장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당선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미-중 무역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어떻게든 우리 경제에는 대외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37.9%가 ‘보통’, 33.4%는 ‘못하는 편이다’라고 평가했고, ‘잘하는 편이다’는 응답은 9.9%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전문가들의 평가가 더 부정적이었다. 전문가 60.5%는 못하거나 아주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올해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국가채무는 1년 새 106조 원이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렇지만 전문가와 기업인 모두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 정책에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재정확대는 찬성했지만 증세에 대해서는 과반수인 10명 중 6명이 반대했다. 특히 기업인 64.2%는 반대하거나 매우 반대한다고 답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김정식 교수는 “코로나19로 경기불황이 심각한 상황에서 증세를 하면 연착륙이 어렵고 오히려 법인세 등 세수가 줄어들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