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는 ‘2020년 세계행복 보고서(2020 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 156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54번째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대개 50위 근처에서 약간의 변동을 보이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적 수준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국내총생산(GDP)으로, GDP가 높은 국가일수록 그만큼 국민들은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행복은 반드시 경제적 풍요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인간 생활의 질적 수준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GDP 통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통계 지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학자, 정책당국자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어떤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행복’은 사람들 개개인의 주관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인간에게 행복이란 자기의 기대와 현실 간의 갭 크기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행복이지만 기대치를 낮추는 것 역시 행복이 될 수 있다. 히말라야 산록에 자리한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인데, 그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1위라 한다.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서울 시민과 평양 시민에게 한다면, 어느 쪽이 높게 나올지 모를 것이다. 각자의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인간생활에서 나타나는 하나하나의 사건이 행복과 불행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이혼율 증가나 대학진학률 증가가 행복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오는지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는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이렇듯 ‘행복지수’에 대해 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작성방법상의 문제로 인해 국가통계기관에서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 국가들의 사정이다. 특히 행복지수 작성에는 필연적으로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으므로, 국가통계기관이 이를 작성할 경우 자칫하면 통계의 중립성에 관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 ‘세계행복보고서’는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학계 및 민간 통계 관련 기관들이 참여하여 작성한 보고서로, 그래도 행복지수에 관한 가장 신뢰할 만한 통계라 평가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통계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작성방법에 대해 많은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현재로선 이를 뛰어넘는 이론적, 통계적 방법론을 찾기 어렵다.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발표되는 국가별 행복순위와 그 변동에 연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이 보고서에서 사용된 행복지수 작성방법의 타당성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이 보고서에서는 행복지수 작성을 위하여 자연환경, 사회적 자유, 사회관계, 관용, 경제적 풍요 등 현 단계에서 인간의 행복과 그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를 광범위하게 고려하였다.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를 우리가 국가통계로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또 정책적으로는 국가가 이들 요소에 대해 어떻게 배려해 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