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CEO는 누구?…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ㆍ신학철 대표이사 거론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배터리 사업의 역량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글로벌 1위 자리를 꿰찬 배터리 사업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한 시점에서 결정한 사업 분할로 인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가치가 올라간 것은 물론 대규모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왕좌를 지키고 2024년 매출액 30조 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수조 원의 재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LG화학의 이번 분사는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의 실적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올해 분사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으로 판단했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구조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한 것은 물론 배터리 사업에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25.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GM·포드·크라이슬러, 유럽의 폭스바겐·르노·볼보·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으며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 역시 150조 원 이상을 확보하면서 분사를 하더라도 향후 기대 수익도 보장된 상황이다.
우호적인 사업 환경에 더해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할을 결정한 이유가 됐다.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은 매년 40% 이상 성장하는 고성장 단계에 진입했다. LG화학이 산업의 성장 속도에 보조를 맞추고 글로벌 1위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연간 3조 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공학 등과 혼재된 현재의 LG화학 사업구조로는 사업 가치가 절하될 수 있어 급변하는 시장 대응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더 어려울 수 있다.
배터리 사업부가 분사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IPO)에 나서거나 글로벌 완성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면 대규모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와 비교해 2차전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완성차 OEM 기업들이 배터리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 FI를 자처하고 있고 합작사(JV)를 통한 물량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어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이러한 자금 조달에 나선다면 ‘러브콜’이 쇄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가치는 LG화학 내부 사업부문이었을 때보다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는 배터리 생산능력과 출하량 기준으로 중국의 배터리 기업 CATL을 추월했지만, 시가총액으로 보면 저평가된 상황이다. CATL은 시가총액이 77조8000억 원에 달하지만, LG화학의 전체 시가총액은 약 48조5000억 원에 불과하다.
LG화학 관계자는 “(IPO와 관련해)구체적으로 확정된 부분은 없으나, 추후 지속해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른 시설투자 자금은 사업 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활용하고, LG화학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어 필요할 경우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화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 특성에 맞는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여 경영 및 운영의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IPO에 나선다면 내년 상반기 중 사전 기업공개(Pre-IPO·상장을 전제로 한 투자 유치)에 나선 뒤 같은 해 하반기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셀, 팩 제조 및 판매뿐만 아니라 배터리 케어·리스·충전·재사용 등 배터리 생애(Lifetime)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E-플랫폼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신설법인을 육성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출범이 세 달여 남은 시점에서 최고경영자(CEO)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은 현재 전지사업부를 이끄는 김종현 사장이다.
김 사장은 1984년 LG화학에 입사 후 소형전지사업부장,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등 전지 분야의 주요 직책을 경험하며 소형전지사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2018년부터 전지사업본부장으로 보임하며 글로벌 핵심 완성차 회사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수주를 통한 시장 일등 지위 확보 및 최대 매출 달성으로 전지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화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분사를 결정했다는 LG화학의 설명과도 가장 일맥상통하는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비중이 높은 만큼 3M 출신의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겸임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배터리 사업이 LG화학만이 아닌 LG그룹이 내세우는 신성장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룹 수뇌부의 의견도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전지 사업의 분할로 임직원 사이에서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신설 배터리 법인으로 가게 될 임직원들의 경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를 장기적인 주력 사업으로 삼았고 최근에는 흑자까지 달성, 수익성도 확인했기 때문에 앞으로 성과급 등 임직원들의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또한, IPO를 추진할 경우 우리사주 배정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초창기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차세대 기술의 방향성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국내 경쟁사들뿐만 아니라 해외 완성차ㆍ배터리 업체까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상황이어서 자칫 차세대 기술 개발이 늦어지면 도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분사 초기에는 대규모 투자와 이익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는 ‘성장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분할 전 사업구조는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주던 석유화학 부문이 있어 이익의 안정적인 창출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사업적 돌발변수에 회사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생길 수 있다.
LG화학의 한 직원은 “배터리 사업이 성공 가도를 달리면 분사가 배터리 임직원에게는 크나큰 호재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상황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기로 한 LG화학은 이제 △석유화학사업부 △첨단소재사업부 △생명과학사업부 등 총 세 사업 부문이 남게 됐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석유화학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석유화학의 매출액은 7조 원 규모로 전체 부문에서 가장 컸다. 첨단소재는 1조6000억 원, 생명과학은 3200억 원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석유화학이 6773억 원으로 가장 컸고 첨단소재가 671억 원, 생명과학이 376억 원 순이었다.
LG화학은 그동안 배터리에 쏟아부었던 투자를 남은 세 사업부에 투입할 예정이다. 적기에 필요한 투자를 집중해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글로벌 톱5 화학회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