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6개월 동안 두 가지 경로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국외 확산은 각국의 봉쇄조치와 글로벌 수요 위축, 국내 수출 및 제조업 부진으로, 국내 확산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외부활동 위축, 소비·서비스업생산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가 유력하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수출은 3월 이후 7개월째(9월은 1~10일 기준)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6월엔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7월에는 감소 폭이 7.1%로 축소됐으나, 8월에는 9.9%로 다시 확대됐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석유제품, 석유화학이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그나마 이달엔 감소 폭이 0.2%로 축소됐다. 단 올해엔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하루 길다. 이를 고려하면 9월 수출액도 11.9% 감소했다.
수출 부진의 장기화로 국내 제조업은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출하는 감소세, 재고는 증가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통계청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6월 0.5%까지 축소됐던 제조업 생산 감소 폭(이하 전년 동월 대비) 7월 다시 2.4%로 확대됐고, 재고는 전년 동월 대비 감소 폭이 축소됐으나 전월 대비로는 6월 1.0% 감소에서 7월 0.2% 증가로 전환됐다.
내수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2~4월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소매판매 증가율은 5월 1.7%, 6월 6.3%로 회복됐으나,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종료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폭이 축소된 7월에는 0.5%로 둔화했다. 8월 이후에도 지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현 2.5단계)가 상향돼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확산만 문제면 소비 감소에 그쳤겠지만, 글로벌 팬데믹으로 수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방역이고,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전에 있었던 경기 악화 문제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출·소비 위축에 따른 제조업·서비스업 부진은 고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는 3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다. 연령대별로는 사회 초년생인 20대와 경제 허리인 30·40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신규채용 축소, 30·40대는 기존 일자리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고용난의 주된 원인이다.
특히 이들의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최근에는 실업자에 해당하는 구직활동인구와 실직자들이 경제활동에서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8월의 경우 15세 이상 인구가 전년 동월보다 26만7000명 증가했으나, 경제활동인구는 26만7000명 줄고 비경제활동인구는 53만4000명 늘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경제활동·학업·가사 등 모든 활동을 중단한 ‘쉬었음’ 인구가 29만 명 확대됐다. 통상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실업기간이 길어지면 구직활동 포기도 늘어 실업자가 줄고 비경제활동인구가 는다. 연령계층별 비경제활동인구는 청년층(15~29세)에서 3만1000명 증가했다. 특히 구직단념자는 13만9000명 늘며 증가 폭이 전월(5만5000명)보다 8만4000명 확대됐다.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자 모두 역대 최대치다. 총 규모는 68만2000명으로 이 중 20대와 30대가 각가 24만9000명, 11만 명으로 52.6%를 차지했다.
30·40대는 외환·금융위기(1998·2008년) 전후로 경제활동을 시작한 세대로, 상당수는 외환·금융위기 당시 신규채용이 줄자 중소기업·비정규직 등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한 일자리에 취업했다. 그 결과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고용불안에 노출되고 있다. 8월에도 두 연령대의 고용률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1.6%포인트(P), 1.7%P 하락했다.